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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Jun 20. 2017

대학원생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10가지 조언


 

0.
능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운이 좋아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받고 포닥을 간 것도 아니고 어디 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한 것도 아니라서 오랫동안 학교에 계신 분들만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질문과 몇몇 게시물을 보고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어서 아기 간식 먹을 때 낼름 적었다. 그런데 공유한 글이 2천 공유가 넘게 되면서 문의 메시지만 100개가 정도 왔다. 현실적으로 전부 대답하기 불가능하여 공통 질문에 관한 답변을 다시 신채아 아기 낮잠 잘 때 적어 본다. 

 

1. “대학원에 가야 하나요?”

 

이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그냥 다짜고짜 Yes or No로 대답해주는 게 제일 미친 짓인 것 같다.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이다. 그런데 절대로 가면 안 되는 경우는 “취업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것과 학력 세탁(?)을 위해서 가는 경우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대학원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받는 것은 “학위 “면허”가 아니다.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내가 어떤 보장을 받는 것을 1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원에서 만들어야 할 것은 경험에서 쌓은 실력이지 스펙이 아니다. 또 대학원을 가려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에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대학원에 가면 중간은 하겠지만 연구와 공부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보다는 호기심이 많은 친구가 대학원에 가는 게 더 낫다고 본다.

 

2. "석사학위 후 갖춰야 할 능력”

 

상황 마다 전공마다 다르겠지만 이 정도는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해당이 되지 않나 생각된다. 우선 우리나라가 그 놈의 실적주의 때문에 석사한테도 저널에 페이퍼를 쓰는 걸 당연시 여기는데 나는 석사는 개인적으로 코스웍도 좀 깊게 여러 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원 재학 시 코스웍 듣는 것을 상당히 등한시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걸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원 수업 정도되면 그래도 교수님들이 기존 (이론 70 + 연구동향 30)정도로 섞어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내 관련 연구분야 아닌 곳에 지식과 트렌드를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나는 석사는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게 중요하기 보다는 깊게 이해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험을 하는 학생이라면 full process를 몸소 겪어 내면서 직접 경험을 쌓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도 교수가 혹시 아이템을 제시하면 그것만 잘 구현해도 훌륭한 석사생이라고 본다.

 

3. "박사학위 후 갖춰야 할 능력"


박사는 석사랑 조금 다르다. 박사는 무조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하늘에서 계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향상하고 혹은 기존의 밝혀지지 않는 원리는 파악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것을 연결하여 새로운 결과를 내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석사과정 (혹은 비슷한 경력 과정때 깊은 이해가 없었다면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게 만만치 않다. 그래서 박사 전 학부/석사 때는 하나를 파는 것 보다 다양한 것을 배우는 게 중요하고 석사 때는 여전히 다양한 분야를 배우지만 카테고리를 좀 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하게 배우면서 그래도 심화과정까지는 한 번 마스터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박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자기 힘으로 해내야 한다. 여기서 처음은 아이디어 내는 걸 넘어서 프로포절 및 연구실 세팅까지 포함된다. 그리 마지막은 당연히 논문의 발표이다.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단순히 논문을 많이 써봤다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연구자로 활동을 할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연구는 많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해내지 못하는 박사가 생각보다 많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석사 6호봉이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박사 과정 학생은 컨퍼런스 페이퍼라도 최대한 빨리 하나 써보는 게 경력상 경험상 도움이 많이 된다. 

 

4. “교수님과의 관계”

 

대학원 재학 시절 가능하면 제일 많이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할 사람은 당연히 교수님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치맥을 먹으면서 정치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놓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사실 석/박사로써 연구를 하면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내가 하는 연구를 교수님이 잘 모르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박사 학위에 대해 농담조로 말할 때 지도교수 과외 시키고 지도교수가 어디 가서 내가 한 연구가지고 멋지게 발표할 수 있으면 그 때 박사학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수님과 데이터를 놓고 이야기하려면 정리가 잘되어야 한다. 그냥 데이터 나왔다고 뛰어 가는 게 아니라 데이터 정리도 잘 하고 관련 분야 논문도 미리미리 읽고 요약도 한 후에 교수님과 대화를 해야 한다. 이런 학생을 싫어하는 교수는 없다. 교수님은 나름 다 자신만의 내공이 있기 때문에 내가 못보는 뷰를 반드시 보게 되어 있다. 그렇게 교수님과 자주 이야기를 하다 보면 10번 노가다 할 것을 3번으로 줄이는 미니 로또에 당첨되기도 하고, 내가 도움이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소개 받을 수 있기도 하다. 아무튼 교수님과 최대한 자주 이야기 해라.

 

5. “논문 쓰기가 어려워요.”

 

이런 고민을 말하는 친구들 중에 논문을 많이 읽어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사실 Textbook 제대로 안 읽어 본 학생이 태반인 게 현실이다.) 논문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논문을 많이 안 읽어 봐서 그렇다. 충분히 많이 읽으면서 다른 논문을 따라 써보면 자연스럽게 잘 쓸 수 있다. 사실 논문 읽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형편없는 논문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형편없다는 것은 데이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글이 형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 쓰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그 분야의 대가들의 리뷰 페이퍼를 먼저 많이 읽어보는 게 좋다. 읽어보면서 좋은 표현은 적어두고 조금씩 바꿔가면서 응용하면 어느새 내 글쓰기가 실력이 쑥쑥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대학원생들을 상담해주면서 정말 핵폭탄급 충격을 먹었던 적이 몇 번 있는데 리뷰가 페이퍼가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있었다. 어떤 과는 논문의 특성상 리뷰 페이퍼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공계에 웬만한 분야는 그 분야의 대가나 시니어 급 연구자들이 정리를 해 발표하는 리뷰페이퍼가 있게 마련이다. 잘 모르겠으면 연구실 선배나 지도교수님께 여쭈어보는 게 좋다. 

 

6. "유학가야 하나요?"

 

이것도 케바케이다. 장학금 받고 생활비 받으면 나가는 게 나쁘지 않다. 그런데 확실히 알아야 되는 건 해외에서 학위 받았다고 국내에서 무조건 취업시켜주는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삼성은 예전에 미국 탑 10 정도면 덮어놓고 뽑았고 호봉도 상당히 높게 줬지만 이제는 세부 전공 안맞으면 뽑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요즘 추천하는 것은 학부연구생으로 일찍 시작해서 석박통합으로 일찍 졸업해서 포닥으로 나가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게 리스크가 제일 적다.


7. “아이디어 내기가 너무 어려워요.”


이것도 앞에 이야기의 연장이다. 아이디어는 신의 계시를 받는 것이아니다. 기존의 연구에서 더 파고 들어가는 방법이 아이디어이다. 대부분 아이디어가 없는 학생들의 특징은 논문을 안 읽어봤다. 세상을 바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지만 졸업을 위해 적당한 저널에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사실 아니다. 완벽한 연구란 없기 때문에 파고 들어가면 언제나 연구 아이템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Research는 Re+search이다. 내가 후배들을 트레이닝시켰던 방법은 매일 같이 논문을 한 편씩 읽게 하고 그 논문의 장점과 단점을 요약해서 나에게 보내라고 했었다. 이걸 꾸준히 한 후배들은 모두 무리 없이 박사 학위를 받았다.


8. “지도교수가 나쁜 사람입니다.”


사실 더 격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참는다. 내가 예전에 200만원을 써서 대학원 부조리 실태를 조사했을 때 접수 된 부조리와 비리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인건비를 갈취하고 성추행 및 언어폭행 같은 정신 나간 짓을 학생에게 할 수 있는지 정말로 이해를 할수 없었다. 우선 대학원에서 부조리를 겪은 그리고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아니 기성세대로 대신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학생들 위해 조언을 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 지도교수를 선정할 때는 언제나 그 연구실 학생들을 먼저 만나보면 좋다. (매정해 보이겠지만 이렇게 사전 조사를 안하고 가서 교수가 나쁘다가 불평하는 친구들은 사실 그 고통의 원인의 50%는 본인의 책임이다. 세상은 대학원보다 더 험난하다.) 졸업생을 만날 볼 수 있으면 더 좋다. 그래서 지도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알아보고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지도교수를 좋다 나쁘다 평가할때 이 사람이 인격적으로 착한지 나쁜지는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대학원은 유치원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연구를 잘하는지 그리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지 따져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내가 만나 세계적 대가들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하여 일벌레가 아닌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성격도 괴팍한 사람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 연구실에서 학위를 받은 친구들의 내공은 상상을 초월했다. 많은 친구들이 그 대가들을 인간적으로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적으로 업무적으로는 존경한다는 표현을 많이 했다. 그렇게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최소한 지도교수에 대해 알아보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만약 부조리와 비리가 만연해 있는 곳이라면 그런 곳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학위 받으려다가 인생 망칠 수 있다. 그리고 잘 모르고 들어갔다가 지도교수가 정말 잘못된 사람인 것을 알았다면 연구실에서 나오는 게 더 낫다. 인생길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대부분 자기 실력이 부족해서 학업적으로 힘들면서 그걸 지도교수가나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자기 잘못을 남에게 돌리기 시작하면 학위가 아니라 인생에 답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9.  “연구생활에 슬럼프가 왔어요.”


이 질문도 자주 받는다. 사실 대학원생활이 석사만 해도 2년 박사까지 하면 상당히 길다. 물론 박사과정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연구도 체력전이다. 우선 꾸준함은 기본이고 몰아쳐서 연구해야 될 때는 또 잠도 줄여가면서 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그래서 대학원생이면 모두가 취미활동으로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을 권한다. 사실 취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해야 한다. <완벽한 공부법> “몸”편을 보면 운동과 학습 능력의 상관관계가 잘 설명되어 있다. 사실 나는 운동을 체력을 위해서만 해야 하는줄 알았는데, 운동은 우리의 뇌에도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책을 집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니 체력과 학습능력 모두를 위해 꼭 운동을 하기를 바란다. 정말 힘든 슬럼프도 있겠지만 자잘한 슬럼프는 운동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할 수 있다. 


10. “책추천” 


대학원생이 읽으면 좋은 책이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 세 권만 뽑아봤다. 


(1)   생각의탄생: 난이도가 아주 약간 있는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이었던 사람들이 사용한 13가지 발상법을 생각의 단계별로 정리하였다. 개인적으로대학원 시절 한국인 교수님들에게는 선물로도 드리고 했는데 모두가 읽고 만족하신 책이다. 


(2)  완벽한 공부법:내가 쓴 책이지만 대학원생들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사실 이 책은 학습법 리뷰 페이퍼와 같다. 이 책을 쓰려고 고작가님이랑 정말 많은 책과 논문을 읽었다. 이 책에 내 대학원 생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완공>을 읽고 나에게 문의 메일을 보내는 대학원생 친구들이 정말 많다. 책이 좀 두껍지만 대학원 생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보니 술술 읽힐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없으면 <노력>, <몸>, <창의성> 정도는 대학원 생활을 위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3)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지식의 거인 다치나바다카시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학부생활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대학원 생활이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양의 부족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왜 교양을 쌓아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탁월한 책이다. 


* 개인적으로 대학원생은 숨어있는 나라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원생들이 잘 되어야 한다. 앞으로 나도 꾸준히 대학원생들을 도울 방법을 찾을 것이고 대학원 부조리/비리 2차 실태 조사도진행하여 잘 정리해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갈 생각이다. 없다면 여론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힘든 환경에서도 꾸준히 좋은 연구 해주는 대학원생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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