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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Jun 21. 2017

그렇게 일 년 동안 살아남았다.

1.

이제 조금 있으면 영어단어장 빅보카(BIGVOCA)가 출시 된지 1년이 된다. 그리고 그 치열한 영어 출판 시장에서 빅보카는 스테디 셀러로 살아남았다. 빅보카 출간 후 정말 폭풍 같은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일년 동안 배운 게 너무 많아서 한 번 이렇게 정리를 한다. 


2.

빅보카의 전신은 “빅데이터 단어장”이였다. 내가 어휘력이 부족한 것을 심각하게 느끼고 나 자신을 위해 만든 단어장이었다. 만든 김에 친구들이나 나누어 주려고 500권 자가 출판을 했다. 그리고 그냥 이런 것을 만들어봤다고 페북에 올리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너도 나도 사겠다고 몰려들었다. 그래서 교보에 친구들 주고 남은 450권을 납품했고 납품하자 마자 일주일 만에 다 팔렸다. 그리고 졸지에 그 허접한 표지의 단어장 베스트 셀러 매대에 걸리게 되었다. (판매 수익은 당시 네팔에 큰 지진이 나서 구호단체에 기부했다.)

지금 봐도... 진짜 촌스럽다...

3.

빅데이터 단어장을 만들 때는 그냥 표본을 크게 해서 멱법칙이 잘 성립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단어장은 심지도 뜻도 없었고, 그냥 단어만 20000개가 있었다.내가 공돌이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런 단어 리스트 2만개를 뽑아서 문서화 하는 것만으로 나는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몇몇 사람들이 이미 우선순위로 나온 게 있는데 왜 그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난 어디에서도 그 우선 순위 빈도가 멱법칙에 부합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을 본적이 없다. 그리고 그냥 로우 데이터를 나열한 경우는 고유명사와 과거분사 현재분사 이런 것을 지우고 묶어 내는 작업이 전혀 없었다. 간혹 인터넷이 있는 거 뭣 때문에 이런 거 보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그럼 그냥 인터넷 열심히 보시면 된다.) 


[<빅보카>, 감히 ‘세계 최고의 영어 단어장’이라 부르고 싶다!]

http://blog.naver.com/justalive/220767586560

왜 멱법칙이 중요한지 쉽게 설명한 글!


4.

회사 다니는 애기 아빠가만든 단어장에 여기 저기 출판사 대형 어학원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대로 다시 작업해서 출판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거의 총 3년이 걸려서 빅보카라는 단어장을 만들었다. 만들면서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2년 차 작업 때 사실 기존의 작업이 모두 뒤엎어야 하는 획기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구글 엔그램 뷰어를 알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그냥 여기 저기서 코퍼서(단어뭉치)를 긁어 모아서 합치는 게 일이었다.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서 계속 표본 숫자를 늘려 갔는데 엔그램 뷰어 앞에서는 사실 모든 게 무의미 했다. 엔그램 뷰어는 2007년까지 나온 모든 스캔 된 책의 데이터에 우리가 접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모은 몇 억 개의 표본은 먼지같이 느껴졌다. (참고로 2007년까지 접근 가능한 책의 숫자는 700만권이다.)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세 개의 봉우리는 정확하게 1,2차 세계 대전 과 석유파동시기이다.  


5.

그래서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일단은 기존 우선순위가 중요하게 아니라 최대한 많은 단어가 필요했고 그걸 일일이 엔그램뷰어에 검색하여 2007년 기준으로 단어 빈도 데이터를 적기 시작했다.그리고 다시 빈도 순으로 정렬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름답게 멱법칙에 잘 부합했다. 그 때 클릭해서 그래프 나온 던 날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엔그램뷰어는 무료이다. 누구나 쓸 수 있다. 굳이 ABC 순서로 외우고 싶다면 뭐 말리지는 않겠다.)

               진짜 이 그래프를 그릴려고                     얼마나 작업을 했던지...... 다시 봐도 감동이다....

6.

그렇게 우선순위를 만들고 단어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예문도 같이 썼지만 이게 하다 보니 그 분량이 장난이 아니라는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예문은 과감하게 빼기로 했다. 일단 가볍게 단어 뜻만 아는 정도로 외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서문에도 썼지만 단어만 외우면 안 된다. 나중에 꼭 책을 읽어야 문맥에 맞게 단어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추가적인 학습자료는 팟캐스에서 제공하기 시작했다. 빅보카 단어교실을 시작한 것이다. 


http://www.podbbang.com/ch/14305

(빅보카 스토리 예문이 차곡차곡 올라오고 있습니다. 7월 1일 전에 업로드가 완료되고 그 다음 부터는 단어교실이 꾸준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단어장이 없으셔도 누구나 즐겁게 들으실 수 있습니다.)


7.

나는 인터페이스를 상당히 중요시 생각한다. 빅보카를 제작하기 전에 시중에 나와있는 단어장은 진짜 다 살펴본 것 같다. 딱 보기에 멋진 단어장은 없었다. 내용도 그렇지만 난 언제나 들고 다니면서 외우기 좋게 멋진 단어장을 만들고 싶었다. 정말로 수없이 되풀이 하여 디자인 표지를 아주 세련되게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그 점을 좋아해줬다. 사실 궁금한 게 왜 이렇게 “OO순위 영단어”가 많이 팔렸을까하는 점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제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그 단어장에 통계적 근거는 전혀 없다. 사실 빅보카가 가장 많이 비판을 받은 점은 예문이 없다는 것이었다. OO순위 영단어도 예문이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많이 팔렸다. 두번째 이유는 휴대의 용이성과 가독성이다. 아마 단어장 중에서 들고 다니기 제일 좋은 게 그 단어장 아닌가 싶다. 학습은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다. 환경이 받쳐줘야 한다. 그래서 나도 무겁지 않아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신경을 엄청 많이 썼다. 

깔끔하고 세련됬다.... 그립 감도 훌륭함! ㅎㅎ

8.

당이 빅보카가 얼마나 이슈였나면 단어장이 교보문고에서 종합순위 3위까지 올라갔었다. 서점관계자 말로는 단어장 10위 안에 올라간 적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유명해지니 여기저기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알바를 써서 악플을 다는 사람도 나왔다. 맨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겪어 내야 할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비판을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비판의 90%이상은 예문이 없다는 것이었다. 예문을 넣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책 두께만 두 배가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점을 수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 


9.

우선 바로 어플 제작에들어갔다. 그래서 Android와 iOS에서 사용 가능한 무료 어플 “빅보카퀴즈”를 만들었다.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려면 퀴즈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리고 어플에서 문제를 틀리면 예문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복습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어플은 두 운영체제에서 합쳐서 10000다운로드가 넘었다. 그리고 100만 건이 넘는 퀴즈풀이가 누적이 되었다. 그러면서 또 데이터가 쌓였다. 늘 말하지만 데이터는 거짓말 하지않는다. 총 사용자의 최종 레벨 분포도 역시나 멱빕칙을 따라갔다. 그럴수 밖에 없다. 

데이터로 말하면 언제나 깔끔하다!


[iOS]

https://itunes.apple.com/app/id1219168825

[Android]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twoong.englishquiz&hl=ko


10.

이걸로 만족하지 못했다. 빅보카를 통해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좀 더 좋은 학습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또 엄청난 작업에 착수했다. 바로 모든 단어를 통으로 엮어서 하나의 문단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2061-2070sovereignty, gesture, intermediate, recommend, detect, humble, propose,tobacco, shake, bowl


이렇게 우선순위가 있으면그것을 UCLA를 조기졸업하고 현재 SAT강사이신 예슬샘께서하나의 문단으로 예문을 만들어 주신 것이다. 


"Thisvideo will also talk about sovereignty, gesture, tobacco, and intermediate rankthat existed in world history. If you detect any errors, please let me know. Ifyou want to recommend or suggest anything, please do so! Any proposals? Feelfree to reach me! I miss you! You should contact me. Here's my number! Bye!Haha," Voca shook with laughter. Assoon as Voca laughed, Biggy threw a bowl at his TV and the bowl broke intopieces. 

"이 비디오는 통치권, 몸짓, 담배, 그리고 세계사에 있었던 중간계급에 대해 이야기를 할꺼야. 만약 틀린게 있다면 알려줘. 혹시 나한테 추천해주고 싶다던지 말해주고싶은것도 얼마든지 해줘! 혹시 제안할게 있어? 나한테 연락해! 너무 보고싶다! 꼭 나한테 연락줘. 내 번호는 여기! 안녕! 하하," 보카가 포복절도하였다. 보카가 웃자마자 비기는 TV 에 사발을 던졌고 사발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단어를 통으로 엮으려고스토리상 약간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각각의 단어의 예문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걸 101~8000까지 모두 만들어주셨다. 진심으로 대단하시다. 


11.

우리는 그리고 좀 더큰 작업을 하고 있다. 하도 예문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서 “예책”을 만들기로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단한 의지를 가진 남자. 절단 장애인이지만 두 의족으로 10시간 동안 마라톤을 풀코스한 남자 신명진 중에 99%를빅보카로 커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작업이 끝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끝나면 영어와 동기부여를 한 큐에 잡을 수 있는 교재가 탄생한다. 그리고 물론 오디오 자료는 다 팟빵에 무료로 풀 것이다. 


12. 

많은 독자들의 사용 후기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후기는 일일이 빅보카를 전산화 시켜서 독해 끝판왕인 "이코노미스트"를 빅보카가 얼마나 커버하는지 검증한 분이었다. 매일 같이 검증하셔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었는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https://goo.gl/T5EZSS

"약 일주일간 이코노미스트 그 중 정치 부분을 집중해서 디테일한 번역을 한 결과 이젠 그냥 외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격적으로 단어를 외우기에 앞서 작은 확신이 필요 했다. 전형적 단어는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던 8천개만 하여도 차고 넘친다는 생각이든다. " <본문 中>


13.

빅보카 판권은 일본과  대만에 어학교재로 가장 유명한 출판사에 수출이 되었다.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이고 나는 이걸 해낸 점이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해외에서 발생한 인세 수익 전액은 기부하기로 했다. 

어학 관련 3대 메어져 중 하나인 일본 베레 출판사와의 계약!
한국 빅보카 표지가 얼마나 세련됬는지 알수 있다.....

14.

정상에 올랐을 때 비판을 넘어선 비난이 어마어마 했다. 건설적 비판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욕설에 가까웠다. 그래도 많은 부분은 올바른 비판이었다. 만약에 내가 그 때 귀를 꽉 막고 나만 옳고 그들은 틀리다는 자세를 유지했으면 “빅보카퀴즈”나“800개의 스토리 예문” 같은 양질의 컨텐츠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난관을 극복하고 나니 그렇게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나는 내가 만든 단어장을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도 놀라웠다. 빅보카는 작년 여름 출간 후 2달 동안만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하고 다음에는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보카는 올 해 교보문고 상반기 외국어 부분에서 5위를 기록했다. 너무 감사했다. 

2016년에 이어 또 베셀!! 감사합니다!

15.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빅보카 팟캐스트를 완전히 개편했다. 완성된 스토리 예문이 8000개가다 업로드 되면 지환샘이 빅보카 단어교실을 다시 시작 해주실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월~금 한 편씩 매일 올라 갈 것이다. 또 예전에 인생공부에서 영어교실을 진행주셨던 영어고수 필립샘도 돌아 오신다. 그리고 주말 영어 방송을 맡아 주시기로 했다. 또 연말이면 영어대모 예슬샘이 서울로 올라 오신다. 예슬샘도 그러면 팟캐스트 방송에 합류하실 예정이다. 그렇게 우리는 꾸준히 무료 컨텐츠를 공급할 것이다. 또 준비 중인 프로그램이 “영어단어 때려잡기” 프로젝트이다. 아직은 기획 단계에 있지만 빡세게(?) 영어 단어를 외우고 싶은 분들을 도와주는 무료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마케팅을 하지 않아서 아낀 비용은 계속 책 기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언제까지 사랑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독자들에게 계속 사랑 받는 다면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꼭 그 받은 사랑만큼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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