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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로봇 대회, 중국이 보여준 기술과 그 이면

과대 광고와 현실의 괴리

by 드라이트리

중국은 로봇 산업을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 대회(World Robot Conference)는 이러한 의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200개가 넘는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가하여 최신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였으며, 중국이 자국을 ‘로봇 대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을 분명히 드러낸 자리였습니다.


전시회에서 공개된 기술은 다양했습니다. 자율주행 이동 로봇, 재난 구조용 특수 로봇, 심해 탐사 로봇, 원격 수술 보조 로봇, 노인 돌봄 서비스 로봇까지 생활과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했습니다. 또한 AI와의 융합을 강조하며, 물체 인식·회피 기능을 강화한 로봇, 자연어 대화가 가능한 서비스 로봇, 스마트 팩토리와 연계 가능한 산업용 로봇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제14차 5개년 계획과 맞물려, 로봇 산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핵심 산업으로 격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화려한 무대 뒤에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일부 기술은 실제 상용화 단계와는 거리가 멀고, 시연 영상이나 프레젠테이션 중심으로 과장되게 포장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나 화려한 기술 설명과 달리, 실제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과거 중국 드론·로봇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품질 문제와 서비스 미흡으로 신뢰를 잃었던 사례를 떠올려보면, 이번 행사 역시 기술 성숙도와 상업적 실행력 간의 간극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전시장의 화려한 시연이 아니라, 실제 납품과 운영 사례입니다. 제품의 유지보수 가능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계획, 국제 인증 여부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혁신적으로 보이는 기술이라 해도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특히 국가 전략이라는 명목으로 과잉 홍보가 이어질 경우, 투자금과 시장의 신뢰 모두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세계 로봇 대회는 분명 중국 로봇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창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혁신과 과장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로봇 산업은 국가적 의지와 막대한 투자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과대 광고’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앞으로 이 산업을 바라볼 때는 화려한 발표보다 실제 기술의 검증과 시장에서의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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