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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활 속으로:애플의 로봇과 WHOOP의 웨어러블

스마트홈과 인체 데이터, AI의 두 갈래 진화

by 드라이트리

애플의 최근 행보는 단순히 아이폰이나 맥과 같은 기기 차원을 넘어, 인공지능(AI)을 가정과 일상생활 속 깊숙이 스며들게 하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특히 음성비서 시리(Siri)를 로봇 형태로 구현하고, 가정용 보안 기기까지 통합하려는 시도는 애플이 ‘스마트홈 AI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신호입니다. 지금까지 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온 기업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홈에서는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애플의 홈 로봇 구상은 단순한 기능 확장을 넘어, AI를 사용자 경험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도전입니다. 로봇이라는 물리적 형태는 음성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넘어 직관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보안 기기와 연계된다면, 집 안의 감시·관리, 에너지 효율, 가사 지원까지 통합된 AI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한편, 웨어러블 스타트업 WHOOP의 사례는 AI와 규제가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WHOOP은 심박수, 수면, 산소포화도 등 고급 생체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최근 미국 규제 당국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창업자인 윌 아메드는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능 유지를 넘어, ‘규제를 정면 돌파하면서도 소비자의 니즈에 충실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웨어러블 시장은 의료기기와 생활용품의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규제 불확실성이 크지만, WHOOP처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대응하는 기업은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결국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인공지능이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은 점점 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를 띤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로봇과 스마트홈 기기를 통해 집 안의 AI 경험을 일원화하려 하고, WHOOP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인간의 몸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려 합니다. 즉, AI는 더 이상 추상적인 알고리즘이나 클라우드 속 기능이 아니라, 생활 공간과 몸에 직접 결합된 ‘생활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AI를 경험하는 첫 접점은 스마트홈 로봇, 웨어러블 디바이스, 보안 기기 등 일상적인 물건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기업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입니다. 기술력뿐 아니라 규제 준수, 개인정보 보호, 사용자 경험 설계까지 종합적인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로봇 전략과 WHOOP의 규제 대응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AI가 어떻게 사람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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