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협업 툴 성장과 모바일 반도체의 AI 전환 전략
디자인 툴 시장과 반도체 산업은 얼핏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최근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공통된 흐름이 있습니다. 바로 AI와 협업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2025년 7월말 피그마(Figma)의 상장과 퀄컴·ARM CEO의 전략 발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먼저 피그마의 상장은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를 넘어, 디자인 협업 플랫폼의 산업적 위상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피그마는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디자인 툴로 출발해, 원격 근무와 글로벌 프로젝트 확산의 흐름 속에서 급성장했습니다. 특히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다는 점은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나 스케치와 같은 전통적 툴과 차별화된 강점이었습니다. 이번 뉴욕 증시 상장은 단순히 자본 조달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팀 스포츠’로 바꾸어 놓은 피그마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딜런 필드 CEO가 밝힌 성장 전략의 핵심은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접목해 디자인 생산성을 높이고, 교육·스타트업·대기업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피그마는 더 이상 ‘니치 툴’이 아니라, 글로벌 협업 소프트웨어의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와 동시에 반도체 기업들의 발언은 AI가 모바일 칩 산업의 생존 전략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퀄컴 CEO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를 언급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AI 연산 능력을 핵심으로 하는 차세대 칩셋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능 개선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AI 퍼스널 디바이스”로 재정의하겠다는 시도입니다. 기기 자체에서 AI 모델을 구동해 맞춤형 서비스와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온디바이스 AI’는 퀄컴이 스마트폰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축입니다.
ARM의 르네 하스 CEO 역시 AI 붐에 맞춘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ARM은 CPU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설계기업으로, 전 세계 모바일·엣지 기기의 표준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스 CEO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에서의 GPU 경쟁 못지않게, 엣지 단말의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IoT 기기, 자동차, 스마트 가전, 웨어러블까지 모두 AI 연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력 효율성과 보안성을 강점으로 하는 ARM 아키텍처의 수요는 더욱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는 ARM이 단순히 ‘스마트폰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에서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변모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피그마의 상장과 퀄컴·ARM의 전략은 분야는 달라도 중요한 공통점을 보여줍니다. 모두 AI와 협업적 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그마는 AI 기반 디자인 자동화와 글로벌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고, 퀄컴과 ARM은 AI 연산을 핵심 가치로 삼아 스마트폰·엣지 기기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즉,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지금의 혁신 키워드는 “AI를 중심으로 재편된 협력과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