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의 미래를 둘러싼 법적 전쟁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단순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 생태계와 법적 분쟁이 교차하는 전장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 중 하나가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2024년 공개한 FSD(Full Self-Driving) v14에서 엔드투엔드(end-to-end) 신경망 구조와 비전 기반(vision-only) 자율주행 철학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레이더나 라이다에 의존하지 않고 카메라와 인공지능만으로 차량의 인식과 주행 결정을 처리하겠다는 접근은 자율주행 업계에서 여전히 논쟁적입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기술적 혁신과 더불어, 이를 지켜내기 위한 방패로 특허라는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2024년부터 2025년 사이에 출원·등록한 주요 특허를 살펴보면 하나의 흐름이 드러납니다. 첫째, US2024/0185445 A1은 카메라 영상만으로 도로 환경을 3차원 복셀(voxel)로 분할하여 점유 상태를 예측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는 레이더·라이다 기반 점유 지도 생성 특허가 이미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비전 전용”이라는 점을 강조한 차별화 전략입니다. 둘째, US 12,014,553 B2는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도로의 3차원 특징을 예측하는 기술로, 차량이 실제로 보지 못하는 영역을 인공지능으로 가상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엔드투엔드 경로 계획과 직결됩니다. 셋째, WO 2024/073033 A1은 수백만 대 차량에서 수집한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결합해 3차원 환경을 재구성하고, 다른 차량의 이미지에 자동으로 라벨을 붙이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설명합니다. 이 자동 라벨링 기술은 테슬라가 강조하는 대규모 학습 효율성과 데이터 품질 확보의 핵심입니다. 넷째, US 12,136,030 B2와 US 12,086,097 B2는 차량용 임베디드 하드웨어에서 거대한 신경망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적응·연산 구조를 다루며, 테슬라의 FSD 컴퓨터와 Dojo 슈퍼컴퓨터와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이 특허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비전 기반 인식–예측–데이터 학습–하드웨어 최적화라는 일련의 기술 연쇄를 보호한다는 점입니다. FSD v14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단계가 하나의 법적 울타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히 개별 기술을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 테슬라의 자율주행 철학을 특허 체계로 제도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 특허의 심사 과정에서 학계 논문이 선행 인용 문헌으로 적극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Garnett 외 연구진의 3D-LaneNet 논문(2018)은 카메라 기반 차선의 3차원 검출을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구현한 사례로, 테슬라의 3차원 도로 특징 예측 특허에서 비특허 문헌(NPL)으로 인용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Yang 외 연구진의 Obstacle Avoidance through Deep Networks based Intermediate Perception 논문(2017)은 중간 지각 계층을 활용한 장애물 회피 방식을 설명하는데, 이는 테슬라가 엔드투엔드 지각-행동 사슬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학문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즉, 테슬라의 특허는 기존 학술 성과를 흡수하면서도, 이를 산업적 맥락에서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하드웨어 최적화로 확장해 독자적 청구항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테슬라의 특허 전략은 진공 상태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미 웨이모와 모바일아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자율주행 분야의 핵심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웨이모는 Occupancy Flow Fields라는 특허를 통해 시공간 상에서의 점유와 이동 흐름을 예측하는 방식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 특허는 차량이 단순히 “여기가 비어 있다”라는 정보를 넘어서,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채워질 것인가”까지 예측하는 점에서 강력한 권리를 가집니다. 테슬라의 점유 추론 특허가 웨이모의 영역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은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테슬라는 라이다 대신 카메라만을 사용하는 “비전 전용”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하며 범위 포섭을 회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편 모바일아이는 보행자, 교차로, 복잡한 도심 상황에서의 행동 예측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차량의 센서가 인식한 환경 정보를 기반으로 주변 객체의 행동을 추론하고, 그 결과를 주행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테슬라 역시 엔드투엔드 신경망 안에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모바일아이 특허와의 직접적 중첩을 피하기 위해 자동 라벨링과 플릿 데이터 기반 학습이라는 고유 요소를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테슬라가 특허 청구항을 구성할 때 기술적 실행 절차(대규모 데이터 수집–라벨 자동화–재학습)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테슬라와 경쟁사 간의 특허 경쟁은 단순히 누가 먼저 기술을 발명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일한 기술적 개념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하고, 어떤 데이터·하드웨어·시스템 설계와 결합시키느냐에 따라 특허 권리 범위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테슬라가 “비전 전용 엔드투엔드”라는 독자 노선을 고수하는 이유는 기술적 철학의 문제일 뿐 아니라, 법적 전략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라이다와 레이더를 혼합하는 일반적 접근과 차별화함으로써 테슬라는 웨이모와 모바일아이의 기존 특허군에 포섭되지 않는 영역을 창출하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자율주행은 아직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고, 실제 도심 환경에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허는 단순히 분쟁 대비 수단을 넘어, 투자 유치·시장 점유율 확보·표준화 협상의 지렛대가 됩니다. 웨이모는 구글의 자본과 데이터를 등에 업고 있고, 모바일아이는 인텔·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독점적인 학습 자산을 쌓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표준화 과정에서 테슬라가 확보한 특허는 자율주행 산업에서 막대한 협상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테슬라의 FSD v14 특허군은 단순한 법적 보호를 넘어 자율주행 기술의 미래 전략을 상징하는 결과물입니다. 비전 기반 점유 추론, 3D 도로 특징 예측, 자동 라벨링, 임베디드 최적화라는 네 가지 기둥은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독자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철학과 동시에, 웨이모와 모바일아이의 특허 장벽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경쟁사와의 비교 속에서 드러나는 이 특허 전쟁은 앞으로 자율주행의 기술적 진화뿐 아니라 산업 질서와 규제 체계, 그리고 글로벌 협력 구도까지도 재편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