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하루가 가기 전에 써야 하는데 하루를 넘기기 일쑤다. 너무 늘어져있는 시간을 줄여야겠다. 저녁식사량을 좀 줄이든지 해야겠다.(많이 먹을수록 티브이 앞에 체류하는 시간이 느는 것 같다)
노인, 청년층 일자리 채용 설명회가 있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편안함에 안주하는 삶의 모습이 덜컥 보이기도 해서 직장을 알아보려는 마음과 실천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원하는 직종은 아니었지만 가보기로 한 것이다. 일자리복합센터에서 진행된 채용설명회는 친환경 ESG기술과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대에 발맞춘 친사회적인 일자리사업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주)코끼리공장과 부산동구청이 협업하여 진행하는 동시에 폐플라스틱이나 폐장난감으로 새로운 친환경제품을 회사와 청년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하고 납품까지의 모든 과정을 진행하게 되는 대한민국최초 모델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사업이었지만 적성에 맞을까라는 부분에선 고민이 되는 중이다.
특히 동구청장님의 강한 의지로 만들어진 자리라고 했다. 취업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이 주민채용설명회에서 관심회사의 다양한 정보를 얻어가는 장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코끼리공장 대표님은 경영학이 아닌 아동학을 전공하고 폐장난감 사업을 좋아하신다는 것에서 확연이 느낀 바가 있다.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모처럼 야외에서 유익한 아침시간을 보냈다.
베농이(자가용 이름, 베놈을 닮은 2010년생 K7)가 아픈 데가 많아 정비소에 맡기고, 와이프 알뜰폰 유심칩을 사러 편의점을 돌아다녔지만 원하는 유심칩을 구할 수가 없었다. 비도 오고 집으로 돌아가서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비 튀기는 날씨 속에서 타야 할 버스를 탔지만 문제는 교통카드였다.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이리저리 조작하며 폰을 결제단말기에 대어 보았지만 결제는 되지 않고 시간은 흘러갔다. 한두 정거장을 지나며 올라타는 승객들, 나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기사아저씨의 내리란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비도 오고, 집은 산중턱인데 올라가려니 숨이 턱 막혔다.
"제가 찍어드릴까요? 저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누가 대신 계산해 주더라고요~"
"아, 너무 죄송한데..."
"괜찮아요, 괜찮아요. 기사아저씨 성인 한 명 찍어주이소~"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사아저씨 바로 뒤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께서 선뜻 말을 걸어주셨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나는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조급하고 창피했던 그 상황을 뒤로할 수 있었다. 감사인사를 드리면서도 어디까지 가시는지는 왜 물어봤을까... 흉흉한 세상에 쓸데없는 질문이 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아주머니께서 내리실 때도 헛된 호의가 되지 않도록 감사 인사를 진심을 담아 할 수 있었다.
부산이 아직 낯선 환경이라 이런 소소한 친절과 배려가 너무 크고 감동적이게 다가온다. 꼭 일기로 남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게 그 사소한 배려를 잊고 싶지 않았고 그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배려하고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