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건만
첫 학기를 끝내고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과 약속한 대로 임기동안 EPS TOPIK(고용 허가제 한국어 능력 시험) 한국어 교재 1.2 권을 각각 4개월 과정으로 편성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EPS토픽 표준교재는 초급과정 일상생활 30 챕터, 중급과정 직장생활 30 챕터, 총 도합 60개 챕터로 구성된 교재에 맞춰 10개의 챕터가 끝나는 시점에는 어김없이 중간고사, 기말고사라는 시험을 'EPS토픽 능력 시험'과 똑같은 방식으로 평가해, 대략 학생들이 토픽 시험의 방식을 이해하고 문제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도록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는 수험생 모두가 'EPS 토픽 한국어' 실력의 객관적인 위치를 알도록 해, 궁극적으로 시험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기 위한 전략이랄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기대와는 달리, 두 번째 학기의 중급과정은, 사실 대다수의 학생들 수준에 비춰볼 때 쉽지 않음을 수업 내내 절감하곤 합니다. 즉, 총 25명의 학적에 기록된 학생들의 현재까지의 성취도를 분석해 보면, 너그럽게 평가해 5~8명 정도의 학생 정도가 겨우, '토픽 합격 가능성' (합격권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에 근접한 성적으로 토픽수험을 준비할 수 있는 상태라 할 수 있고, 그 나머지 20~17명 정도는 거의 '수학능력 의심상태'로 달리 말해 따라오기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이 계속 '중급과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짐작하는 바와 같이 다가오는 시험이 멀지 않았으며, 5~8명 정도의 열의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20~17명의 날라리 학생들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장에서 느낀 단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느슨한 출결관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곳 직업학교의 특성상 입학이 쉽고, 학비부담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보니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청소년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늙은 학생까지 아우르는 이곳의 무상교육시스템이 원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에 1일 등교 학생, 한 달에 수차례 수업 참가 학생등, 다양한 결석의 변명이 용인되는 이곳이라 이들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찬밥 더운밥 따질 때가 아니고, 몇 명이 되었든 목표한 대로 수업을 끌고 갈 수밖에 없는 '모두를 위한 수업'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저 역시 그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무릇,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무조건 EPS TOPIK시험의 도전이야말로, 이곳 한국어 수업의 존재이며, '합격은, 그대들의 노고를 팔자로 바꾸는 시험'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의 출석 강요에 못 이겨 겨우 학교에 얼굴을 내미는 학생들을 향해 요 며칠 전에는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한국어, 싱할라, 영어를 섞어 일장 연설을 순간적 격분을 담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제발 그대들이 자퇴를 선택하기를 희망한다. 학교에서 토픽 시험의 기본과 기술(?)을 배우고, 집에서는 죽기 살기로 열심히 단어와 문제를 연습해도 될까 말까 한 시험인데, 일 년이란 시간을 허비하면서 허구한 날 공부에는 1도 관심이 없고, 아주 기본적인 초급 단어도 소화하지 못하는 그대들이, 조만간 빨리 결정해 다른 선택을 하기를 강력히 주문한다. 그대들은 결코 한국으로의 취업은 불가능하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결론이다.''
그 뒤, 아직도 학교를 그만두지 못하는 많은 학생들과 본격적으로 EPS토픽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소수의 학생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로 수업 방식을 변경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오전 수업은 표준교재의 정상적인 중급과정을 진행한 다음, 오후 수업은 그룹 리더들로 하여금 가르치면서 한국어를 이해하려는 방식을 바꿔, 가능성 있는 학생들만 따로 그룹을 만들어 실전에 바로 쓸 수 있는 EPS토픽 자료를 제공해 서로 묻고 대답하는 '시험용 수업'으로 변환시키고, 중급과정이 무리인 대다수는 초급 수준의 '듣고 말하기'를 연습시키고 있답니다. 토픽은 포기해도 한국말은 조금 할 수 있어요라고 한다면 그나마 자퇴를 강요한 선생에게 멋지게 복수하는 한 방법이라고 가르치면서 그들의 염장을 건드리는 꼴이지요. 정확히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딱 삼 개월 남았습니다. 모두 강건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