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굶어 죽을 일 없는 망고나무의 그늘에서
스리랑카의 새해 4.13일(2025년)을 기점으로 농부들은 슬슬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추수를 끝낸 들판에 쟁기질로 바닥을 갈아엎고, 수로를 정비하며, 곧이어 구획을 나눠 물을 가두기 시작한다. 한 열흘쯤 논바닥을 곤죽으로 만들고, 서서히 물을 빼면서 볍씨를 흩뿌리기로 직파하면, 정확히 일주일 정도면 연초록의 새싹의 들판으로 바뀌어간다. 모든 논들이 일제히 한날한시에 작업이 이뤄질 수는 없어, 농부들의 계산된 농사법에 따라 수확시기도 다르게 벼들은 자란다. 얼추 60여 일 자란 지금의 들판은 연초록에서 창포처럼 싱싱한 푸른색으로 변해 출렁이는 초여름의 향연을 뽐내고 있다.
매일 바닷가 마을 거주지에서 공영버스를 타고 내륙 쪽의 학교로 출퇴근하다 보니 들판의 모내기, 성장, 추수의 광경을 먼발치로 바라보았다. 더군다나 본국의 내란 사태로 하루하루가 전쟁터 같았던 꼬박 6개월 과정의 고난 시기는 어디에도 마음을 오롯이 담을 수 없는 죽을 맛이었기에, 그렇게 더디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 드디어 새 세상 새날을 맞았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이제는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안도의 본국 소식을 들으며, 본국으로의 귀환날짜를 헤아리는 말년병장의 심정으로 바쁘게 스리랑카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 와중, 처음 만나는 스리랑카의 대표 격 여름 과일인 '망고'열매가 생각보다 가까이 지천에 널려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한 번쯤은 언급이 필요할 것 같아 기록으로 옮긴다. 열대지방이라고 재배방식이 같을 순 없겠지만, 망고나무의 태생이 유실수라고 보기보다는 느티나무처럼 튼튼한 허리와 무성한 가지를 수십 미터의 수고와 함께 지탱하는 모습은 착한 나무의 표상처럼 장관이다. 해서 웬만한 집 정원에는 적게는 하나에서 몇 그루씩 망고나무가 심어져 있다. 작은 나무는 수백 개, 큰 나무는 수천 개, 많게는 만개가 넘는 망고를 한 나무에서 생산한다고 하는데, 망고나무의 사연 또한 들어보면 경이롭다. 더욱이 이 나무에 가장 잘생기고 잘 익은 놈은 원숭이들의 차지라고 하니 한편 공평하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결코 원숭이에게 보시를 하지 않는다). 지붕 용마루에서 새끼들과 함께 과즙이 철철 흐르는 망고를 챙겨주며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네 어머니들과 별반 다름이 없다. 더더욱 이 망고의 미덕을 꼽자면, 아무리 가난해도 결코 망고나무 아래에서는 굶어 죽은 사례가 없다니 모두의 보시를 망고나무가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스리랑카의 여름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