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Ohtani shohei
야구에는 지켜야 할 규칙과 매너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많은 편이다. '불문율'이라는 비공식적인 규칙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선수는 상대팀과 팬을 존중하고 심판의 판정을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홈런을 치고 나서 지나치게 세리머니를 하면 상대 투수의 마음에 작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 상처가 머리 위로 날아오는 공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 이런 섬세한 긴장감이야말로 야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매너를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쟁의 순간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야구는 바로 그런 순간에도 평정심을 요구한다. 뛰어난 선수는 누구나 기본기를 반복하며 자신만의 리듬과 기술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반복된 수양이다. 타격 연습을 하루 천 번씩 하거나 매일 아침 러닝을 하면서 정신을 다듬는 일. 이런 꾸준함은 곧 일상의 수양이며 그것을 지탱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인성이다.
인성은 실력이라는 나무를 키우는 토양과 같다. 어떤 선수들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겉보기엔 멋지지만 뿌리가 약한 탓이다. 반면 어떤 선수들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깊고 튼튼한 뿌리를 내린다. 뿌리가 깊으면 꽃도 오래간다. 바로 인성이 그런 뿌리가 된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 쇼헤이.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일본에서 시작해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그는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해내는 초유의 스타다. 세계가 주목하고 역사책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가장 큰 매력은 겸손함에 있다.
오타니는 언제나 자신을 과장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기자들이 그를 '베이브 루스의 재림'이라고 추켜세웠다. 베이브 루스라니. 말하자면 축구에서 펠레, 농구에서 조던 같은 존재다. 하지만 오타니는 그 말에 담담히 이렇게 말했다.
“그런 비교는 과분합니다. 저는 아직 시작점에 서 있을 뿐이에요.”
어쩌면 겸손이라는 단어조차 그에겐 부족할지 모르겠다. 그는 좋은 성과를 낼 때마다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다. 스스로를 낮추고 동료와 팀을 먼저 생각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지만 고가의 스포츠카 대신 소박한 중형차를 선택했고 스스로 운전하기보단 조수석에 앉는다. 자신이 지나치게 눈에 띄는 걸 피하고 과시하는 삶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 번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직접 밀어 넣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스타가 사용한 의자를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 많은 사람들에게는 작지만 잊지 못할 충격이었다. 그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록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일상의 소소한 행동 덕분이다. 오타니는 쓰레기를 발견하면 조용히 줍고 동료나 스태프를 만나면 진심을 다해 인사한다. 누구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순간까지 스스로를 관리하는 이런 자세야말로 야구가 요구하는 진짜 슈퍼스타의 자세가 아닐까?
세상에는 엄청난 재능으로 주목받았지만 금세 사라진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오타니처럼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겸손한 선수는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다. 인성이 좋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낮추고 꾸준히 관리할 줄 안다는 뜻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면 곧 꾸준한 실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겸손한 선수를 볼 때 더 큰 믿음을 느끼게 된다. 이 선수라면 꾸준히 잘 해낼 거라고 말이다.
야구는 긴 호흡의 운동이다. 일 년에 144 경기를 소화해야 하고 선수 생활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 긴 편이다. 꾸준함이 없으면 결코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없다. 한두 시즌 뛰어난 선수가 아닌 오랜 세월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선수. 결국 그런 선수들의 공통점은 재능보다는 뛰어난 인성에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살다 보면 여러 차례 기회를 얻고, 때로는 그 기회를 놓친다. 야구에서 타자가 3할을 쳐도 엄청난 성공이다. 즉 열 번 중 세 번만 제대로 쳐내도 훌륭하다는 의미다. 인생 역시 완벽할 수만은 없다. 실패는 자연스럽다. 중요한 건 다음 타석에 들어설 때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느냐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꾸준히 수양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다시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결국 야구의 매력은 그런 인생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어쩌면 삶에서도 그런 겸손한 자세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타석에 설 때마다 조금은 긴장을 풀고 심호흡을 해보자.
인생의 홈런은 힘껏 스윙하는 순간이 아니라
꾸준히 준비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