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멘탈'이 중요한 이유

by 프로운동러K

야구를 보다 보면 한 가지 깨닫게 되는 게 있다. 공을 던지고 치는 기술 이전에 마음을 다루는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투수. 흔히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단순히 공을 던지겠다는 게 아니라 심판, 타자, 관중 그리고 수많은 목소리 속에 조용히 자기 생각을 관철하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투수는 외로운 자리일 수밖에 없다. 포수가 수신호를 보내지만 결국 던지는 건 투수다. 잘 던졌다고 해도 유격수가 공을 흘리거나 평범한 플라이를 외야수가 놓치면 아웃카운트 하나는 허무하게 날아간다. 이럴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투수가 매번 팀원 실수에 눈을 부라리고 표정이 험해진다면? 아마 1이닝도 못 채우고 교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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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많은 소리 속에서도 자기 리듬을 지키는 일이다. 던질 때마다 외야에서 들려오는 야유,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렸다고 한탄하는 해설위원, 경기 끝나고 쏟아지는 기사 댓글들. “이걸 에이스라고 불러줘야 하나?”, “아직도 제구가 불안하다.”, “비싼 돈 줘서 데리고 왔는데 저것밖에 못 하나.” 때론 말보다 날카로운 건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잘하는 투수는 이런 소음 속에서도 귀를 닫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필요한 것만 듣는다’. 야구는 기계처럼 던지는 운동이 아니다. 오늘의 햇빛, 타자의 성향, 공 하나하나의 감촉까지 느끼며 던지는 운동이다. 감각이 예민할수록 성적은 올라간다. 문제는 감각이 너무 예민하면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진짜 좋은 투수는 예민하되, 단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한 선발 투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구가 잘 안 되는 날도 있고 실투로 홈런을 맞는 날도 있죠. 그런데 전 그냥 다시 공을 던지러 가요. 공은 아직 제 손에 있으니까요.” 이 얼마나 단순하고도 멋진 말인가. 공은 아직 내 손에 있다. 그러니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다시 던지면 된다.


살면서도 그런 순간들이 많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결과가 엉망이 될 때.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말할 때. 혹은 애써 준비한 무언가가 누군가의 실수 하나로 망가질 때.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마운드 위 투수를 떠올린다.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그저 다시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를 고르고, 공을 쥐는 모습. 결국 나를 지키는 건 내 루틴뿐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람.


물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때로는 남의 말에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결을 발견할 수도 있다. 피드백은 발전의 거울이니까. 하지만 거울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본연의 나를 잊게 된다. 적당히 보고 필요하면 다듬고 다시 나아가는 것. 그러려면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세상의 수많은 말들을 통과시킬 수 있는 나만의 필터 말이다.


그 필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사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걸 오래 해보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누구보다 오래 마운드에 서 본 사람만이 아는 감각, 감정, 타이밍이 있다. 그리고 그건 그 사람만의 언어다. 세상에 누구도 번역할 수 없는 언어.


야구에서 성공한 많은 선수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멘탈이 반이다.” 그리고 나는 점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심지어 멘탈이 반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게 없다면 아무리 좋은 구질을 가져도 결정적인 순간에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마운드에서든 인생에서든 결국 승부를 가르는 건 나 자신을 얼마나 잘 믿느냐다.


나는 요즘 가끔 상상한다. 마치 내 인생이라는 경기가 있고 내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관중석에선 웅성거림이 들리고 누군가는 “저 투수, 작년에 홈런 엄청 맞았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알고 있다. 그날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공은 내 손에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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