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문학 낭송 (8분 53초)
오늘의 김종원 작가님 낭송 글 안내입니다
1. 내가 요즘 더 행복한 이유
2. 요요가 없는 다이어트 성공법의 정수
3. 우리는 진짜 걱정을 하고 있나
4. 아이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부모를 위한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면 좋은 35가지 대화
5.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자녀의 낭독
같은 재료 하나로 이걸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의 특별한 상품으로 탄생시킨다. 예를 들어 전복 하나로도
죽이 있고 국을 만들고 심지어는 빵을 만들어 그 고장을 자랑하는 특산품을 만들어 소개하거나 홍보하는 사람이 있어 생각하지 못 한 전복을 알게 되고 그렇게 하는 다양함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
게로 만든 장은 많이 접해보지만 전복으로 장을 만든 전복장을 직접 받게 된 건 처음이라 어떤 맛이 날까 어떤 깊은 향기를 담고 있은지 기대하며 용기 뚜껑을 열자 맑게 보이는 간장 사이로 이 전복을 사랑한 누군가가 정성으로 고안해 만든 작품이란 걸 느낄 수 있다. 청고추 홍고추와 통마늘이 사이에 많이는 아니고 적당히 박혀있고 전복 껍데기 위에 앉아 있는 전복 살도 쉽게 까이는 게 반찬으로 마치 한정식집에 온 것처럼 식탁에 내기에 무척 고급스러운 맛을 자아낸다. 물론 바다 내음 나는 살짝 비릴 수 있는 그 한 가지를 어떻게든 잡아 살과 간장을 밥에 비벼 먹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오늘 친정 아빠 병원에서 점심 식사가 끝났을 시간이지만 아빠께 가는 길에 걱정하지 않고 갈 수 있는 귀한 재료가 이리로 온 것만 같다. 여기에 계란을 삶어 넣은 전복 장조림을 만들기에도 간편하며 식사 때 밥맛을 돕는 반찬이 되겠지.
침대 한쪽으로 등 돌려 누워 살짝 잠이든 아빠가 마치 엄마 품과 집이 그리워 울다 지쳐 잠든 아이 같다. 조금 전 식사를 마친 데다 투석 후 5kg 정도가 오신 날 그 이전부터 빠지지 않고 있어 음식과 드실 물조차 드리지 않는 게 아빠 건강을 위해 좋겠다는 간호사의 말에 따라 차마 드리지 못하고 늘 좋아하시던 믹스 커피만 한 잔 타 그것도 딱 반잔을 드리고 나왔다. 늘 아들 며느리 칭찬과 자랑에 좋아하시며 나에게는 칭찬을 반대로 하시는 것도 이제는 농담이 아니라 아빠로서 약해지신 나와의 소통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내일은 언니와 여동생 가족이 갈 거라는 말과 모레는 가능한 대로 언니랑 나랑 병원에 진찰 가자는 말을 남기며 떨어지지 않은 마음을 잡고 뒤 돌아 선다.
“너희랑 이렇게 있다가 간다고 하면 나 마음이 이상하니 눈물이 나더라”
늘 마음속에 참고 참던 것을 보이시는 아빠가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 같다. 그 마음을 왜 모를까 모를 리 없지만 돌아서 가는 사람들 가족들의 품이 얼마나 그리우실까.
아빠를 다시 월요일에 뵐 수 있다. 그곳에서 검사를 마치고 며칠 입원하시게 될지 아니면 이곳으로 다시 오실지 아빠가 걸을 수 만 있었다면 이렇게 병실에 갇히어 누워 계시지 않고 밖으로 나가셨을 텐데 아빠를 만날 월요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누구나 젊음이 가고 늙고 점점 죽어간다. 잘 죽기 위해 내 갈길을 미리 조금씩 짐작해 내 갈 곳이 어디인지 갈 곳을 정해두는 연습이라도 해야 나와 내 자녀들의 앞날에 그럼에도 조금은 덜 슬픈 일이 될 수 있기를 늙어가는 나를 잘 보내며 사는 오늘의 지성에 숙연해지기를
20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