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갤럭시>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제레닉 2026
어느샌가 게임 원작 영화들은 게임의 스토리를 곧이곧대로 옮겨오길 포기하고 있다. 스토리랄게 부재하다시피 한 게임을 원작 삼은 <슈퍼 소닉>, <8번 출구>, <마인크래프트 무비> 등의 성공은 <어쌔신 크리드>나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언차티드> 등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하며, 게임 원작 영화 흥행 1위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을 영화화하는가? 게임을 플레이했던 (혹은 시청했던) 경험, 게이머가 게임과, 시청자가 게임 스트리머와 공유하는 매직서클을 영화에서도 구현하는 게 이들의 목표가 된다. <슈퍼 소닉>의 팝 컬처 레퍼런스, <8번 출구>의 POV와 규칙의 습득,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비)의도적인 밈화, 그리고 옅은 내러티브를 '슈퍼 플레이'의 경험으로 극복하고자 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년 만의 후속작 <슈퍼 마리오 갤럭시>도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을 택한다. 제목을 따온 '슈퍼 마리오 갤럭시'를 일종의 밑바탕 삼아 슈퍼 마리오 프랜차이즈가 건드린 여러 게임의 요소를 영화 곳곳에 배치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여기엔 로젤리나, 치코, 요시, 쿠파주니어뿐 아니라 스타폭스, 미스터 게임&워치, 피크민 등 닌텐도 캐릭터의 크고 작은 카메오 출연까지 포함된다. 다만 늘어난 캐릭터는 이번 영화, 특히나 무수한 슈퍼 마리오 게임 중에서 '표제작'을 선택한 영화의 곤란함을 드러낸다. 전작은 1993년의 실사영화와 유사한 출발점을 가져가지만, 예산과 기술력의 문제로 구현되지 못했던 버섯왕국, 2D와 3D 본가 시리즈부터 마리오 카트와 동키콩 외전에 이르는 프랜차이즈 전체를 아우르고 핵심적인 플레이 경험을 영화에 이식하는 데 주목했다. 반면 이번 영화는 늘어난 캐릭터와 월드를 소개하는 데 급급하다. 마리오와 루이지가 버섯왕국의 문제들을 해결할 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나 '슈퍼 마리오 월드' 등을 연상시키는 스테이지 구성과 함정을 파훼하는 마리오와 피치공주와 그것을 조작하는 쿠파주니어의 모습을 오리지널 '슈퍼 마리오' 스테이지처럼 구성한 지점만이 '슈퍼플레이'를 구현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마리오와 쿠파의 출렁다리 대결에서의 도끼처럼 게임으로 익숙해진 공략법을 재현하는 순간도 있지만.
여러 면에서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전반적인 스토리의 출발점 이외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외려 이번 영화는 다양한 캐릭터, '슈퍼 마리오 USA',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원더' 등 '갤럭시' 시리즈 바깥의 요소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애초에 메인빌런인 쿠파주니어부터 '퓨리 월드'와 '원더'에서의 캐릭터를 가져온 형태니까. 더군다나 다른 닌텐도 캐릭터의 등장은 슈퍼 마리오보단 '스매시 브라더스'의 플레이를 연상시킨다. 그간 일루미네이션이 <슈퍼 배드>와 <미니언즈>, <씽> 등을 통해 보여준 장기, 귀여운 캐릭터의 이미지를 극한으로 뽑아먹으며 영화 전체의 완성도와 균형감보단 캐릭터쇼에 치중했던 방식이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전작이 '게임플레이'를 일종의 키워드로 채택하면서 가졌던 균형은 본작에서 무너져내린다. 본가 시리즈 중 가장 인상적이며 서정적인 스토리라인의 '슈퍼 마리오 갤럭시'의 정취는 사라졌다. 슈퍼 마리오 40주년을 맞이해 다채로운 팬서비스로 관객을 맞이해주지만, 그뿐이다.
이러한 만듦새는 게임을 작품보단 상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40년 동안 슈퍼 마리오 프랜차이즈를 향유해온 이들은 무엇에 즐거워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일종의 답변이랄까. 때문에 이 시리즈는 좋은 영화 작품이 될 생각이 없다. 게임 디자이너이자 닌텐도라는 (시게루 본인의 말에 따르면) 장난감 회사의 대표를 역임하는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상품이 제공하는 직관적인 경험이다. 슈퍼 마리오에선 플레이어가 컨트롤러를 붙잡고 마리오를 조작하는 바로 그 순간 경험하는 만족스러움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게임의 만족감과 맞닿고자 하는 방식을 실행에 옮기기에 일루미네이션은 최적의 파트너였을 것이다. 다만 전작이 그 지점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면, 이번 영화는 절반의 성공일 따름이다. 다만 최근의 게임 원작 영화들이 보여주는 방식, 영화화/영상화가 예정된 일련의 비-내러티브적인 게임들이 택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에 가깝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