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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5. 2017

케이트 블란쳇의 영화 Choice 5

 5월 14일, 오늘은 케이트 블란쳇의 48번째 생일이다.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태어난 케이트 블란쳇은 1994년 <폴리스 129>라는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다. 데뷔한 지 3년 만인 1997년 <엘리자베스>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며 평단과 관객에게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이후 <리플리>(1999)의 메레디스,  <반지의 제왕>(2001~2003)의 갈라드리엘 등의 캐릭터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케이트 블란쳇은 <엘리자베스>에 이은 <골든 에이지>(2007) 등의 시대극은 물론, 론 하워드의 <실종>(2003) 같은 서부극이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벨>(2006) 혹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굿 저먼>(2006)과 같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해왔다. 그 연기력은 디즈니의 <신데렐라>(2015)나 웨스 앤더슨의 <스티브 지소와 해저 생활>(2004)처럼 동화 같은 비주얼의 영화에서 <벼랑 위의 포뇨>(2009)의 영어 더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2015년에만 해도 <신데렐라>부터 <캐롤>, <트루스>, <매니페스토>, <나이트 오브 컵스> 등 5편의 작품의 출연한 만큼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기도 한다. 올해만 해도 MCU의 기대작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빌런 헬라로, 테렌스 멜릭의 영화 <송 투 송> 등의 출연작이 개봉할 예정이다. 현재 2018년 개봉 예정인 <오션스 에이트>를 비롯해 앤디 서키스가 연출하는 <정글북>과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 3>의 목소리 출연 등이 예정 중인 케이트 블란쳇의 영화 5편을 골라보았다.

Choice 1. <엘리자베스> (1997)

감독: 세자르 카푸르

출연: 케이트 블란쳇, 제프리 러쉬, 조셉 파인즈


 인도 출신의 감독 세자르 카푸르가 연출한 <엘리자베스>를 통해, 케이트 블란쳇은 데뷔한 지 3년 만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다. 신교도 박해가 한창이던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케이트 블란쳇)는 모함을 당해 사형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른다. 여왕이 돼서도 사랑과 권력 등을 온전히 손에 쥐지 못한 그는 왕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권위를 더욱 높이려고 한다. 케이트 블란쳇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권위를 드높이려는 엘리자베스를 121분의 러닝타임 동안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풍적인 외모에서 풍겨오는 우아함과 그것을 알고 사용할 줄 아는 연기는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을 그려내는 완벽한 연기이다. 비록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기네스 펠트로에게 여우주연상을 내줬지만, 케이트의 연기 또한 상을 받아 마땅한 연기혔다. 후속작인 <골든 에이지>(2007)에서 다시 한번 기품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Choice 2. <커피와 담배> (2003)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케이트 블란쳇


 커피와 담배라는 소재를 두고 스티브 쿠건, 이기 팝, 톰 웨이츠, 빌 머레이, 로베르토 베니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수다를 떠는 짐 자무쉬의 옴니버스 영화 <커피와 담배>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사촌들'이라는 파트에서 1인 2역을 연기한다. 본인과 사촌으로 설정된 샐리 블란쳇으로 등장하는 케이트 블란쳇은, 첫 등장에서 1인 2역임을 단박에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단순히 옷과 헤어스타일 등 외모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말투와 목소리, 성격까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을 연기한다. 유명 배우인 케이트와 펑크족 차림의 샐리가 나누는 대화만으로도 강렬한 미장센을 만들어내는 영화의 촬영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를 극대화한다. 옴니버스 영화 속 짧은 단편에 불과하지만, 케이트 블란쳇의 매력적인 연기를 만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Choice 3. <에비에이터> (2004)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케이트 블란쳇에게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이다. 전설적인 영화감독 하워드 혹스의 이야기를 다룬 마틴 스콜세지의 <에비에이터>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그의 연인이자 실존했던 배우인 캐서린 햅번을 연기한다. 당대의 섹스 심벌로 이름을 날린 배우이자 하워드 혹스의 인생을 흔들어 놓은 인물인 캐서린 햅번을 연기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은, 그 당시에 케이트 블란쳇이 활동했다면 그가 케서린 햅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모습이 된다. 

Choice 4. <블루 재스민> (2013)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케이트 블란쳇


 <엘리자베스>와 <골든에이지>로 두 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기만 했던 케이트 블란쳇에게 첫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속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보여주는 진한 연기는 자신을 옥죄여 오는 상황에 질식하고 마는 주인공 재스민을 드러낸다. <블루 재스민>, 번역하면 '재스민의 우울'정도의 의미가 되는 이 영화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주인공 재스민이 결혼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빈털터리가 되고, 상위 1%의 생활을 누리던 그가 무너지는 것을 영화는 담아낸다. 그 질식의 과정을 담아낸 영화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를 통해 더욱 진해진다.

Choice 5. <캐롤> (2015)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캐롤>은 단숨에 케이트 블란쳇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아임 낫 데어>에 이은 토드 헤인즈 감독과의 두 번째 합작이자, <리플리>에 이어 페트리샤 하이스미스 원작에 다시 한번 출연하게 된 이 영화는,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외모적, 연기적 매력이 농축되어 폭발하는 작품이다. 케이트 블란쳇 앞에서는 누구나 테레즈(루니 마라)처럼 반응하지 않을까? '인생에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라는 영화의 홍보 카피는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미장센을 통해 구현된다.


+Another Choice. <매니페스토>(2015)

감독: 줄리언 로즈펠트

출연: 케이트 블란쳇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줄리언 로즈펠트의 <매니페스토>는 본래 멀티채널 영상 설치 전시작품이었다. 이를 러닝타임 99분의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영화가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매니페스토>라는 작품이다. 스토리를 대신해 노동자, 노숙자, 과학자, 교사, 주부 등의 모습을 연기하는 케이트 블란쳇이 장례사, 식전 기도, 엘리베이터 안내방송 등의 형식으로 도그마 95, 다다이즘, 플럭서스, 팝아트 등 현대미학 이론에 관련한 선언문들을 읊는다. 13명의 인물을 연기하며 30개에 가까운 선언들을 대사로 읊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서사가 없는 영화이기에 자칫 지루할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영화 전체를 이해하려면 영화에 등장하는 온갖 선언들의 내용과 맥락을 알아야 하기에 2, 3 학기 분량의 학부 전공강의가 필요할 지경이지만,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를 보는 99분은 말 그대로 영화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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