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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22. 2017

멋진 쇼와 평범한 영화

 <위대한 쇼맨>은 목적에 충실하다. 뮤지컬 장르가 가진 특유의 힘, 가령 클리셰적인 서사에 뮤지컬 시퀀스를 더해 감정적인 깊이를 더한다거나, 화려한 춤과 노래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에 제대로 힘을 준 작품이다. <레미제라블>의 휴 잭맨, <하이 스쿨 뮤지컬>의 잭 에프론, 가수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젠다야 콜먼 등이 영화에 출연하여 105분의 러닝타임 동안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미셸 윌리암스, 레베카 퍼거슨 등 어떤 장르와 캐릭터를 맡더라도 좋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 또한 출연한다. <라라랜드>의 음악과 가사로 참여했던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참여한 음악은 팝과 락, 컨트리 등의 장르를 오가며 다양한 재미를 준다. 각본으로는 <시카고>의 각본을 쓰고 <미녀와 야수>의 라이브 액션 필름과 <드림걸즈> 등의 뮤지컬 영화를 연출했던 빌 콘돈이 참여했고, 제작자로는 휴 잭맨과 <로건>을 함께했던 제임스 맨골드가 참여했다. 여기에 미국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와도 같은 인물인 P.T. 바넘의 이야기는 이러한 무대를 선보일 배경이 된다. 이쯤 되면 가히 드림팀이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영화는 예상대로 화려한 뮤지컬 시퀀스들로 가득하다.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The Greatest Show’, P.T. 바넘(휴 잭맨)의 꿈을 품고 체리티(미셸 윌리암스)와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의 ‘A Million Dream’, 유럽 최고의 오페라 가수인 제니 린드(레베카 퍼거슨)가 바넘이 기획한 공연에서 부르는 ‘Never Enough’, 바넘의 동업자 필립(잭 에프론)과 서커스의 단원인 앤 휠러(젠다야 콜먼)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부르는 ‘Rewrite The Stars’, 프릭(Freaks)이라 불리는 바넘의 서커스 단원들이 부르는 ‘This Is Me’등 황홀한 음악들로 가득하다. 형형색색의 색들과 고전적인 뮤지컬들을 연상시키는 군무와 합창으로 105분의 러닝타임이 빠르게 흘러간다. 뮤지컬 영화 특유의 판타지와도 같은 장면들의 등장 역시 반갑고 흥겹다.

 문제는 역시나 이야기이다. <위대한 쇼맨>은 뮤지컬 영화로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전기영화로써는 엉망이다. 가난한 양복쟁이의 아들로 태어난 바넘이 가난 속에서도 사랑을 속삭이고, 기어이 성공하며, 실패와 재기, 가족과의 재결합 등이 정해진 운명처럼 차례로 다가온다. 또한 바넘에게 집중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필립과 앤의 사랑이라던가, 프릭이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아온 서커스 단원들의 이야기 등이 간단하게만 다뤄진다. 그러다 보니 도리어 바넘의 이야기에도 충실하지 못하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게다가 뮤지컬 시퀀스 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영화 속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덕분에 빠른 전개를 자랑하지만 많은 디테일들이 뭉개지고 만다. 때문에 바넘은 성공만을 꿈꾸던 열혈 청년~중년의 모습일 뿐이고 체리티는 바넘만을 바라보는 아내가 되는 등 대부분의 캐릭터가 평면적으로만 묘사된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풀어내기에는 105분의 러닝타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진다. 

 또한 실존인물인 바넘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과 영화에서 묘사되는 바넘과의 격차에서 오는 괴리감도 있다. 그는 쇼의 성공을 위해 서커스 단원들을 착취하고, 동원되는 동물들을 학대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 없던 쇼를 기획하고 과감한 방식으로 홍보하면서 쇼 비즈니스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사람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이야기는 살짝 언급만 될 뿐이다. 도리어 그는 계급을 넘어 성공하고, 인종과 신분, 외모의 상관없이 모두에게 기회를 준 인물로 포장된다. 이런 방식으로 그를 그려낼 생각이었다면 제니 린드와의 에피소드를 줄이던가, 프릭들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식을 채택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결과적으로 <위대한 쇼맨>은 단지 쇼를 보여주기 위한 무대로써 바넘의 삶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위대한 쇼맨>은 재미있는 쇼일지는 몰라도, 음악 외의 것은 순식간에 잊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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