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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3. 2018

좀비로 은유하는 차별

<더 큐어드> 데이빗 프레인 2017

 메이즈 바이러스가 퍼지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좀비가 되어 비감염자들을 공격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치료제가 개발되고 75%의 감염자가 회복된다. 이들은 몇 차례에 나뉘어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세 번째 복귀를 통해 사회로 돌아가게 된 세넌(샘 킬리)은 감염자의 공격으로 인해 사망한 형의 아내 애비(엘런 페이지)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세넌은 병원에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리온 박사(폴라 맬콤슨)의 보조로 일하게 된다. 한편 세넌과 함께 사회로 복귀한 코너(톰 본롤러)는 사회로 복귀한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에 맞서는 감염자들의 지하조직을 결성한다. 데이빗 프레인의 <더 큐어드>는 몇 년 전 방영된 영국 드라마 <인 더 플레쉬>와 유사한 설정을 가진 작품이다. 

 영화는 감염자들에 대한 비감염자들의 차별을 보여주며 인종, 난민, 성소수자(메이즈 바이러스 그 이루를 다루는 몇몇 모습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연상시키고, 등장인물 중 몇이 퀴어로 등장하기도 한다) 등 다양한 결의 현실 속 차별을 은유한다. 비감염자들은 감염자들을 살인마라 부르며 그들의 집에 난입하여 낙서를 하기도 하고, 감염 전의 커리어는 당연하게도 회복될 수 없으며, 언론 등은 계속해서 회복된 감염자들의 지닌 위험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난과 코너가 선택하는 각각의 노선은 비감염자들이 보여주는 차별에 대한 리액션으로 기능한다. 다소 도식적이며 이를 다루는 것이 섬세하지는 못하지만, 좀비라는 장르에 이러한 함의를 나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는 점이 <더 큐어드>의 장점으로 느껴진다. 좀비 영화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 역시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에서, <더 큐어드>는 즐거운 장르영화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다만 <더 큐어드>가 앞서 같은 이야기를 전달한 <인 더 플레쉬> 보다 나아간 지점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더 큐어드>는 차별이라는 문제를 좀비라는 장르적 소재에 이식하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그것이 온전한 세계관으로 작동하는지는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염자의 사회 복귀라는 설정과 감염되었을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는 장면 등에서 어긋남이 느껴졌고, (아마도 러닝타임의 문제로 줄어들었을) 마이너 언론인인 애비 캐릭터의 활동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더 큐어드> 속 세계관의 세부를 자세히 그려내지 못했다. 가볍게 즐길 장르 영화로서, 혹은 감염에서 해방된 좀비들을 다룬 몇 안 되는 시도로서의 성과는 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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