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데스데이2유> 크리스토퍼 랜던 2019
<해피데스데이>는 <사랑의 블랙홀>을 슬래셔 버전으로 영리하게 뒤바꾼 작품이었다. 물론 타임루프물의 클리셰를 고스란히 따라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영화 스스로 그러한 지점을 인지하고 비꼬는 지점들이 존재했다. 다만 문란한 여성에게 처벌이 가해진다는 슬레셔 영화의 공식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자다) 서사로 영화를 마무리지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2년 만에 제작된 속편 <해피데스데이2유>는 카터(이스라엘 브로우사드)의 룸메이트인 라이언(피 부)에게 타임루프가 일어나며 시작한다. 트리(제시카 로테)가 겪은 일을 다시 겪는 라이언은 자신이 만들어낸 양자역학 기계가 문제를 일으킨 것임을 알아채고, 팀원인 사마르(수라즈 샤르마), 드레(사라 야킨)와 함께 기계를 작동시킨다. 그러나 기계는 트리를 다시 타임루프 안에 가둬버린다. 심지어 트리가 깨어난 곳은 무언가 조금씩 다른 평행우주이다.
<해피데스데이2유>는 전작의 내용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대신, 평행우주라는 설정을 사용해 조금씩 변주한다. 가령 전작에서 성격 안 좋은 트리의 클럽 대표 다니엘(레이첼 매튜스)은 착한 성격의 사람으로 변해 있고, 전작의 세계에선 죽은 트리의 엄마가 살아있기도 하다. 때문에 타임루프를 멈추려 노력하는 트리와 평행세계에 남을 것인지에 대한 트리의 고민이 영화의 두 축을 차지한다.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두 이야기는 종종 덜컹거린다. 한쪽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다른 한쪽의 이야기는 멈추다시피 한다. 라이언의 기계를 테스트한다는 알리바이가 있긴 하지만, 극의 흐름이 늘어지는 것에 대한 대답은 되지 못한다. 영화가 제시하는 ‘인생의 선택’에 대한 교훈 또한 너저분하기만 하며, 교훈을 뒷받침할 흥미요소를 영화가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타임루프물에 평행우주라는 설정을 가져온 것은 나름대로 흥미로운 설정이다. 그러나 전작처럼 타임루프의 클리셰를 무한히 반복하는 것은 물론, 평행우주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클리셰 또한 무수히 반복된다. 평행우주에서 몸이 약해지는 주인공, 이 우주에서는 살아있는 어느 인물, 돌아갈지 또는 남을지에 대한 선택으로 고민하는 주인공 등은 너무나도 익숙하게 보아온 이야기들이다. 게다가 넷플릭스의 <러시아 인형처럼>이 타임루프와 평행우주라는 소재를 절묘하게 섞어 놀라움을 알려주었고, 저스틴 벤슨과 아론 무어헤드의 <벗어날 수 없는>이 독창적인 타임루프 이야기와 비주얼을 만들어낸 것을 생각하면, <해피데스데이2유>는 두 소재를 안일하고 안전하게 뒤섞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전작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는 제시카 로테의 열연과, 슬레셔 영화(사실 이번 영화는 호러나 슬레셔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의 불편한 클리셰들을 평행우주 설정을 통해 무마하는 모습 정도가 이번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쿠키영상을 통해 속편을 예고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가 딱히 생기진 않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