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2018
누군가가 스마트폰의 라이브 스트리밍 앱을 통해 한 여성을 촬영하고 있다. 몇 번의 촬영이 이어진 후, 여성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병원에 실려간다. 한편 공사장의 CCTV 화면이 등장한다. 공사장의 한쪽 벽이 무너져 내리고, 그 사고로 인해 몇몇 인부들이 부상을 당했다. 공사를 담당하는 회사의 대표인 앤(이자벨 위페르)는 아들 피에르(프란츠 로고스키)와 함께 그 상황을 수습하려 하지만, 피에르는 별 의욕이 없어 보인다. 앤의 형제이자 의사인 토마(마티유 카소바츠)는 전 부인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딸 에브(팡틴 아흐뒤엥)를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그가 사는 대저택에는 그의 현재 부인인 아나이스(로라 베린덴)와 앤, 피에르, 아버지인 조르주(장-루이 트린티냥)가 함께 살고 있다. 공사장과 토마의 전 부인에게 일어난 두 개의 사고를 통해 모인 가족들의 관계가 기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아무르>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이다. 흑백의 고전적인 화면 구성을 선보였던 두 전작(<아무르>, <하얀 리본>)과는 달리, <해피 엔드>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화면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저택에 모인 인물들은 기묘한 가족의 유지를 위해 기능한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스마트폰 디바이스의 화면 안에 갇힌 인물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대저택이라는 공간 안에 반쯤 갇혀 있다. 이들은 직장에 나가기도,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결국 집으로 회귀한다. 때문에 집을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노쇠한 조르주는 타로 가로수를 들이받아 자살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피에르는 공사장 사고 이후 도망치듯 새로운 거처로 향하지만 금세 앤에게 발각된다. 이들은 집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들이며, 그 이유는 그 집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집 안에 존재해야 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집 안에서 가시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끊임없이 구분하려 한다. 벗어나려는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집에 속박되고, 그 구조를 유지하는 사람(앤과 토마)만이 그 집 안에서 자연스러워 보인다. 각자의 자살시도 경험을 공유하는 에브와 조르주의 대화는 그러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식하기 위한, 그리고 다시 한번 탈출을 시도하기 위한 공모이다.
다만 이러한 계급의 유지를 위한 기묘한 가족 구성 자체가 꽤나 익숙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노년의 나이에 접어든 마카엘 하네케가 스마트폰의 화면을 사용하는 장면들은 상당히 어색하다. 가령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 등장하는 스마트폰 화면은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영상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상황을 촬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화면 구성이다. 아이폰의 비디오 촬영 버튼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화면에선 어색함이 느껴진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하네케의 과욕이 만들어낸 어색함이다. 이러한 과욕은 영화 전반에 걸친 산만함으로 드러난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없이 다섯 명의 가족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전략은, 대저택 공간이 구성하고 유지시키는 계급의 전략을 드러냄과 동시에 영화적으로 산만하다는 한계를 내비친다. 잠시 등장하는 난민들을 공간을 통해 구성되는 계급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그저 소비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결국 하네케의 ‘계급우화’는 영화 곳곳의 한만한 지점들 때문에 치밀하지 못한 채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