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재밌고 반은 지겨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존 왓츠 2019

<어벤져스: 엔드 게임> 속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죽음 이후, 타노스의 핑거스냅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사람들을 일컬어 '블립되었다'라고 말한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블립되어 돌아온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핑거스냅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나간다. 네드(제이콥 베들런) 등의 친구들과 함께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된 피터는 잠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일을 내려놓고, 남몰래 좋아하던 MJ(젠다야)에게 고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닉 퓨리(사무엘 L. 잭슨)가 그에게 계속 연락을 해오고, 갑자기 나타난 엘리멘탈이 베니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피터는 결국 닉 퓨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엘리멘탈을 처치하기 위해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왔다는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와 손을 잡는다. MCU의 두 번째 '스파이더맨' 영화인 <파 프롬 홈>은 독특하게도 유럽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더맨' 영화이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 게임>의 거대한 사건 이후의 세계를 묘사함과 동시에, 토니 스타크의 죽음 이후 상실감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갖게 된 피터 파커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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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프롬 홈>은 전작처럼 하이틴 로맨스-성장영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기에 MCU 특유의 유머와 세계관이 끼얹어진 것이 <파 프롬 홈>의 세계관이다. 존 왓츠 감독은 핑거스냅과 블립 이후의 세계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묘사한다. 갑작스레 되살아난 사람들로 인한 혼란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것들이 당장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일들을 다소 농담처럼 언급하면서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이는 닉 퓨리 또한 5년 동안 사라져 있었기에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가능케 하고, 동시에 <엔드 게임>에서 사망 또는 은퇴 처리된 캐릭터들을 가볍게 언급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피터는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유산을 계승하는 역할을 한다. <인피니티 워>에서 토니가 쓰고 나왔던 안경과 함께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이디스'에 대한 권한도 받게 된다. 전작 <홈커밍>이 아이언맨의 도움을 받아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이야기였다면, <파 프롬 홈>은 아이언맨의 유산을 물려받음과 동시에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영화인 셈이다. 때문에 영화 초반부에 토니 스타크의 얼굴이 전광판, 그래피티, TV 등을 통해 수도 없이 나온다. 정말 지겨울 정도로 등장하는 토니 스타크의 얼굴은 이 영화를 <엔드 게임>의 에필로그에만 그치게 한다. 후반부에 이를 어느 정도 벗어나긴 하지만, 영화의 초중반부 내내 토니 스타크라는 그늘이 영화에 드리워져 있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대체 언제쯤 홀로서기에 성공한 스파이더맨을 볼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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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과 연관되지 않은 부분들은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MJ의 캐릭터는 코믹스 속 MJ의 자유분방하고 호기심 가득한 특징을 잘 살렸으며, 즐거운 코미디 캐릭터인 네드와 그를 비롯한 동급생 캐릭터들은 <홈커밍> 때와 유사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영화화된 캐릭터인 미스테리오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수효과 전문가 출신이라는 원작 코믹스의 설정을 MCU에 맞게 적절히 변형한 설정과, 동시대에 걸맞은 방식의 특수효과와 이를 통한 환영,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액션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미러 디멘션이나 <앤트맨>의 양자 영역만큼이나 황홀한 비주얼로 다가온다.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의 캐릭터 또한 전편보다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묘사된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 게임>에서는 토니 스타크 옆에만 존재하던 캐릭터였다면, <파 프롬 홈>에서는 (물론 여전히 토니 스타크의 그늘 안에 있지만) 다른 어벤져스들의 영향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행보를 시작하는 캐릭터가 된다. 이를 제대로 드러내는 지점이 액션이다. PS4의 [스파이더맨] 게임을 연상시키는 후반부의 액션은 전편에서 지적받았던 액션의 아쉬움을 제대로 극복할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간 스파이더맨의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파 프롬 홈>은 토니의 죽음을 언급하는 부분의 아쉬움과, 더 나아가려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주는 즐거움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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