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존 파브로 2019
디즈니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의 새 영화 <라이온 킹>이 공개됐다. <덤보>, <알라딘>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공개되는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 작품이지만, 인간이 등장하지 않고, 실제 동물도 등장하지 않기에 이 영화가 과연 ‘실사화’인지 극한의 포토-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애니메이션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이어져 왔다. 영화의 얼개는 1994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과 동일하다. 아버지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를 죽인 삼촌 스카(치워텔 에지오포)에 의해 프라이드 랜드 밖으로 쫓겨난 심바(도날드 글로버)가 날라(비욘세), 티몬(빌리 아이크너), 품바(세스 로건), 자주(존 올리버) 등의 친구들과 함께 반격한다는 것이 이번 영화의 내용이다. 캐릭터도, 이야기도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원작의 많은 장면들이 고스란히 CG로 옮겨졌다. 뮤지컬 넘버들도 기존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했다. 새롭게 추가된 유일한 노래인 ‘Spirit’은 뮤지컬 장면이 아닌 배경음악으로만 등장한다.
사실 <라이온 킹>이 시작할 때 가장 놀란 부분은 화면비다. 프라이드 랜드의 드넓은 풍경을 보여줄 수 있을 2.39:1 비율의 화면비일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디즈니 로고부터 1.85:1의 화면비로 상영되고 있었다. 원작의 4:3 화면비를 가장 가깝게 따라감과 동시에, 1.9:1(오프닝 시퀀스는 1.43:1)로 상영되는 아이맥스 상영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알라딘>이나 <미녀와 야수>가 2.39:1 화면비로 비주얼을 강조한 것과는 반대되는 방향이다. 다만 이 화면비는 흔히 TV 화면비라고 부르는 비율과 거의 똑같다. 실제 동물에 가까운 비주얼로 재탄생한 심바와 날라 등의 사자들과, 티몬, 품바, 자주, 센지(플로렌스 카숨바) 등의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은 영화의 거의 대부분에서 실제 동물과 구분하기 어렵다. 솔직히 BBC의 동물 다큐멘터리가 영화 중간에 삽입되어 있었다고 해도 분간할 수 없었을 것이다. 1.85:1의 TV와 유사한 화면비는 <라이온 킹>의 포토-리얼리즘적 비주얼을 종종 동물 자연 다큐멘터리와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쏟아지는 ‘언캐니 벨리’에 대한 지적은 대부분 이 것에 기인한다. 이 ‘언캐니 밸리’ 덕분에 배우들의 훌륭한 목소리 연기에도 불구하고, 종종 동물 다큐멘터리에 내레이션으로 대사를 얹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라이온 킹>에 대한 비판 중 ‘언캐니 벨리’가 두드러지게 언급되는 이유엔 또 한 가지가 있다. 그동안 <혹성탈출> 리부트 트릴로지나 존 파브로의 전작인 <정글북> 등에서 말하는 동물들에게 ‘언캐니 벨리’가 느껴진다는 리뷰는 많지 않았다. 아마 두 영화의 말하는 동물들은 인간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온갖 외계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영화가 범람하는 와중에, 동물들이 인간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그렇게 어색한 설정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 캐릭터 없이 동물들만 등장하는 영화에서 동물들만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다소 어색한 상황을 낳는다. 특히 <라이온 킹>이 추구하는 포토-리얼리즘의 비주얼로 등장한, 실제와 분간이 어려운 동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기만 하다. 또한 동물들의 표정이 원작 애니메이션만큼 풍부하지 않다는 것 또한 어색함을 배가시킨다. 특히 품바의 경우 표정이라 부를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입만 뻐끔거리는 수준이기 때문에 원작과 큰 차이를 보인다.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들이 원작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갉아먹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CG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영화들에서 이 지점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라이온 킹>이 정확히 그 경우에 속하는 것이다. 원작의 다양하고 화려한, 또한 섬세한 감정 표현은 포토-리얼리즘이라는 목표 아래 뭉개진다. 이는 모든 캐릭터가 동일하다. 그나마 사람의 얼굴과 유사한 얼굴을 지닌 몽구스 캐릭터 티몬 정도만이 어느 정도 풍부한 표정을 보여줄 뿐이다. 이렇게 표정이 적은 동물 캐릭터들이 영어로 대사를 주고받는 것은, 필연적으로 언캐니 벨리를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라이온 킹>은 ‘비극이 아닌 햄릿’이라는 낡은 이야기를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포토-리얼리즘을 추구할 뿐 원작을 숏-바이-숏 수준으로 재활용한 비주얼, 퍼포머만 바뀌었을 뿐 거의 그대로인 뮤지컬 넘버 등의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한 수준에 그친다. 비주얼이 선사하는 쾌감은 어느 정도 있지만, 이미 <혹성탈출>이나 <정글북> 등에서 경험했던 것일 뿐이다. 영화 전체는 결국 원작의 재탕일 뿐이며, <라이온 킹>은 <알라딘>이 성공한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는 어쩌면 원작의 예고편을 고스란히 재현한 리메이크 버전의 첫 티저 예고편이 공개된 시점부터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