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도와줘> 앤드류 부잘스키 2018
리사(레지나 홀)는 스포츠바인 ‘더블 웨미’의 매니저이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풀리는 것이 없는 시간을 보내던 그는 바에서 일하던 샤이나(제나 크레이머)의 변호사 비용을 마련해주기 위해 사장 몰래 모금 행사를 열기로 한다. 리사에 이어 메이시(헤일리 루 리차드슨)와 대니얼(샤이나 맥헤일) 등이 출근하고, 제넬(딜런 젤룰라) 등이 채용 면접을 보기 위해 더블 웨미를 찾아온다. 앤드류 부잘스키의 신작 <그녀들을 도와줘>는 더블 웨미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따라간다. 출근부터 모금행사, 채용 면접, 바를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 난데없이 들이닥친 사장, 일을 그만둔 직원들 등이 하루 동안 리사에게 찾아오는 사건들이다.
영화의 카메라는 리사의 뒤를 계속해서 따라간다. 출근한 그에겐 온갖 사건이 벌어지는데, 영화의 첫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환풍구에 갇힌 도둑은 리사에게 벌어질 버라이어티한 하루를 예고하는 것만 같다. 더블 웨미에서의 일과 개인적인 일들이 뒤섞여 제대로 순서가 정리되지도 않는 와중에 리사는 계속해서 움직인다. 갑자기 나타난 사장은 리사를 태운 채 위협 운전을 한 사람을 쫓아가기도 하고, 갑작스레 이혼 조정 중인 남편의 방을 함께 보러 가기도 한다. 스포츠바임에도 케이블 TV 선이 끊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새로 채용된 제넬은 자꾸만 업소의 규칙을 위반한다. 앤드류 부잘스키는 난장판에 가까운 이 상황들을 하루하루 이끌어 온 리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블 웨미를 일종의 공동체로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전국적인 스포츠바 프랜차이즈가 바로 건너편에 생겼지만, 리사는 지역 대상의 업소이며 자신이 관리하는 여성 직원들로 구성된 공동체를 버리지 못한다. 극 중 대사로 언급되는 것처럼, 리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품고 있다. 어쩌면 리사가 꾸린 공동체는 리사의 사랑과 그것을 전파받은 이들이 다시금 돌려주는 애정으로 유지되는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리사는 더블 웨미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던 선을 놓아버린다. 더블 웨미라는 공간, 그 공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지역 공동체이자 여성들의 공동체, 리사는 그것을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가 감당하길 어려워한다. 리사의 등 뒤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리사가 겪는 정신없음을 관객이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예정된 한계가 리사에게 찾아오고, 그는 이를 견디다 못해 놓아 버린다. 다니엘은 리사에게 “울음, 웃음 다음엔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들을 도와줘>는 정확하게 그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때문에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간 이후 찾아오는 이유 없는 웃음, 옥상에 올라 소리 지르는 리사와 다니엘, 메이시의 모습은 그 자체로 엄청난 해방감을 선사한다. 리사가 자신을 갈아 넣으며 유지하던 공동체는 예정된 해체를 맞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리사가 만들어낸 애정의 연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더블 웨미라는 공간이 없어도, 스포츠 바라는 남성적 공간이 없어도, 이미 만들어진 공동체는 계속 유지된다. 남성들이, 자본이 이들의 공간으로 계속 침투해와도 이들은 여전히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그녀들을 도와줘>는 순환하는 동선 밖으로 탈주한 리사를 통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