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는 건 역시 어렵지

<롱샷> 조나단 레빈 2019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독립 언론에서 근무하던 저널리스트인 프레드(세스 로건)는 회사가 언론 재벌의 손에 넘어가자 사표를 던지고 나온다. 프레드의 친구인 랜스(오셔 잭슨 주니어)는 그를 달래주기 위해 한 자선파티에 데려간다. 프레드는 그곳에서 우연히 어린 시절 자신의 베이비시터였던 샬롯(샤를리즈 테론)을 만난다. 그때와는 3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시점, 샬롯은 미국의 최연소 국무장관이 되어 있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계획을 하던 샬롯은 자신의 연설문을 써준 비서관을 찾던 중, 우연히 만난 프레드를 기용하게 된다. 샬롯과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의 연설문을 써주는 프레드는 점차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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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라는 독특한 (하지만 만족스럽진 못한) 좀비 로맨스 코미디를 연출했던 조나단 레빈이 또 하나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코미디 배우인 세스 로건과 끊임없이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해가는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았다. <롱샷>은 네오나치 소굴에 잠입한 프레드를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가짜 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만 같다. 독립 언론을 합병하는 언론 재벌, (폭스뉴스를 연상시키는) 보수적인 TV 뉴스, 정치인이 주인공인만큼 다양한 TV인터뷰와 온라인 반응, 국민 대상 설문조사 등이 등장한다. 정책이나 정치적 진실 보다 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특히 여성인 샬롯의 외모에 집중하는 타블로이드지들의 성차별적 행태)에 집중하는 이 요소들은 정말로 쟁점이 되어야 할 부분들을 테이블 뒤편으로 보내 버린다. <롱샷>은 미국 언론을 필두로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가짜 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때문에 이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외피를 쓴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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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영화의 두 큰 줄기가 계속 충돌한다는 점이다. 로맨틱코미디는 두 주인공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다는 플롯을 전제한다. 반면 영화가 소재로 삼은 ‘가짜 뉴스’에 대한 블랙코미디는 ‘진심’이라는 요소로만 설명하기엔 조금 더 세밀한 분석을 요구한다. 사실 가짜 뉴스에 진실/진심으로 대항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진실은 그 자체가 은폐될 뿐만 아니라, 변형되고 재가공되기까지 한다. <롱샷>은 이 지점을 지적하지 못한다. 대신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을 따라가며 진실과 진심을 무식할 정도로 믿고 따른다. 사실 <롱샷>의 플롯은 세스 로건이 출연 및 제작해온 수많은 코미디 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재회-섹스와 마약-사건의 발생-해결로 향하는 것이 그가 출연한 여러 영화들의 구조이다. <롱샷>은 착실하게 이 구조를 따라가며, 여기에 시류를 반영한 요소(가짜 뉴스 등)를 넣고 적절한 팝컬처 레퍼런스를 가미한 익숙한 코미디에 가깝다. 때문에 이 영화가 시도한 로맨틱코미디와 ‘가짜 뉴스’를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의 결합은 애초에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TV 드라마 배우 출신의 대통령(밥 오덴커크)나 공화당원임이 밝혀지는 아프리칸-아메리칸 캐릭터인 랜스 정도가 영화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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