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적인 영화화의 표본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테이시 패튼 2018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6년 전 블랙우드 가문의 모든 이가 저녁식사 중 독살된다. 집안의 두 딸인 콘스탄스(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와 메리캣(타이사 파미가), 그리고 독으로 인해 하반신 불구가 된 삼촌 줄리안(크리스핀 글로버)만이 살아남았다. 마을 사람들은 콘스탄스가 범인일 것이라 의심했지만 결국 그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후유증으로 콘스탄스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마을에서 생필품을 사 오는 등의 일은 메리캣이 도맡는다. 블랙우드 가문 사람들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증오는 여전한 가운데, 사촌인 찰스(세바스찬 스탠)가 갑자기 저택으로 찾아오고, 메리캣이 유지해오던 작은 세계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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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는 [힐하우스의 유령] 등으로 유명한 셜리 잭슨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95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소설을 압축했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소설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빠른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극 중 메리캣은 어느 책에서 읽은 보호 주술을 통해 사건 이후의 저택이라는 작은 세계를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이 세계는 찰스라는 이물질로 인해 부서지게 된다. 어떤 측면에서는 박찬욱의 <스토커>를 연상시키는 설정이기도 하다. 찰스는 콘스탄스를 가스라이팅한다. 자신과 함께 이탈리아로 떠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사건 당시를 글로 남기려는 줄리안은 정신병자로 치부하며, 메리캣은 그저 골칫덩어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찰스가 진짜로 노리던 것은 콘스탄스와 메리캣의 아버지가 남긴 돈과 값진 물건 들이다. 메리캣은 찰스의 가스라이팅을 알아채고 행동하는 유일한 인물이며, 그는 어떡하든 사건 이후 유지되던 작은 세계를 유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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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러한 소재의 영화들을 묶어 ‘가스라이팅 호러’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갑작스레 찾아온, 외부인이지만 가까운 관계인 남성이 주인공 여성을 가스라이팅하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에서 이러한 가스라이팅을 파악하는 것은 메리캣뿐이다. 그는 이 상황을 끝장낸다. 책에서 본 보호 주술이 통하지 않자,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기를 택한다. 영화 속에서 암시되는 과거의 구속들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 부분에 있어서 이 영화는 <스토커>와 유사한 길을 가는 듯하다. 그러나 영화 속 두 자매가 맞는 결말은 그것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주인공들은 성장하고, 함께 살아간다. 원작을 읽지 않아 원래의 결말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화의 결말은 꽤나 상쾌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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