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2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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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영화들은 더이상 우주를 모험의 공간으로 그리지 않는다. 적어도 <그래비티> 이후에는 그러하다.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으로 시작된 모험의 역동성은 이제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와 <애드 아스트라> 등이 보여주는 재난의 역동성으로 변화했다. 우주의 어둠은 여전히 미지이지만, 그곳을 탐험하고자 하는 이는 더이상 영웅이 아니다. 그 탐험가들은 맷 데이먼이나 토미 리 존스의 얼굴로 된 광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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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근의 '우주 재난 영화'들은 <에일리언>이나 <이벤트 호라이즌>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 인물들은 어떤 공간에 갇히지만, 전자는 무한히 확장된 폐쇄공포증 속에 던져지고, 후자는 명백히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사투를 벌인 뒤 적을 외부로 배출한다. 때문에 후자의 작품들이 의도하는 것은 폐쇄공포증이 아닌 장소의 쟁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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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를 보다 떠오른 영화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다. 두 작품은 CG로 만들어진 화면을 보고 있다는 (이제는 당연해진) 믿음을 깨트린다. 전자가 사용하는 퍼펫과 후자가 사용하는 고철기계들은 실재(세트이던 로케이션이던)와 CG가 뒤섞인 공간을 배경 속에서 움직인다. 놀라운 풍광을 보면서 "CG 같다"라고 말하는 게 일상이 된 지금, 이러한 시도들은 도리어 CG와 실재 사이의 구분을 더욱 명확히 하고 싶어하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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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VR 작품을 보다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보여야 될 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VR 카메라의 시점은 공중을 부양하는 것만 같다. VR은 360도 사방팔방의 화각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시점엔 다리가 없다. VR 기기를 착용한 관객은 기기가 보여주는 장소에 묶인 지방력이 된다. 물론 조이스틱이 주어져 공간 안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관객은 다리로 걷는 대신 공중을 떠다닌다. 그러니까 VR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은, VR 카메라의 촬영분을 매개로 유령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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