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팀 밀러 2019
드디어 제임스 카메론에게 판권이 돌아오고, 그가 직접 제작과 각본을 맡아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의 6번째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제작되었다. <터미네이터: 라이즈 오브 머신>,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 제임스 카메론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한 속편들을 무시한 채, 2편인 <터미네이터: 심판의 날>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속편이다. 영화는 2편에서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에 의해 심판의 날이 저지된 이후, 또 다른 방식의 ‘심판의 날’이 벌어지고, 미래를 점령한 기계와 그에 맞서는 저항군이 미래의 위협이 될 대니(나탈리아 레이즈)를 제거하거나 구하기 위해 각각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와 강화인간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를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2편 이후에도 결국 심판의 날이 온다는 3편의 아이디어에, 미래에 위협이 될 여성을 죽이기 위한 터미네이터가 온다는 1편의 줄거리, 그리고 제거대상이 된 이를 사라 코너와 위험하지 않은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돕는다는 2편의 설정이 <다크 페이트>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문에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와 <심판의 날>에 대한 오마주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미래에서 온 Rev-9과 그레이스가 현재에 도착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이나, T-1000처럼 액체화된 형태의 Rev-9, 사라 코너와 T-800이 주고받는 대사 등은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두 편의 영화의 영향이 짙게 묻어난다. 다만 액션 시퀀스들은 두 편의 영화와는 차별화된 물량공세를 선보인다. <데드풀>을 통해 처음 장편영화를 연출했던 팀 밀러는 전작에서 예산의 한계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물량공세를 이번 영화를 통해 해결하려 한 것 마냥 공장, 고속도로, 수력발전소, 수용소 등에서 선보인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두 영화와는 다르게 시그니처라고 할만한 액션 시퀀스도 없으며, 액션의 퀄리티도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보아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웠다.
가장 큰 변화는 서사를 추동하는 조건의 변화이다. 전작들은 사라 코너라는 강인한 여성상을 내세웠음에도 카일 리스나 남성화된 로봇인 T-800을 구원자로 내세웠다. 반면 이번 작품은 미래에서 온 인물도, 현재에서의 조력자도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앞선 두 편이 존 코너라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남성을 매개로 사라 코너의 이야기를 만들어갔다면, <다크 페이트>의 대니는 ‘자궁’이라는 이름의 매개자가 아닌 미래 자체로 나아가는 캐릭터이다. 이는 영화가 상정하는, 앞선 두 편에선 2023년이었지만 <다크 페이트>에서는 2043년인, 미래가 현재와 조금 더 가까워졌기에 가능한 변화일지도 모르겠다. 테크노 바라던가 아케이드 등이 등장하던 전작과는 다르게,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지대와 텍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크 페이트>가 반영하는 ‘지금’이 더욱 두드러지기도 한다. 80~90년대의 히트작들이 무차별적으로 2010년대에 복귀하는 와중에, <다크 페이트>는 조금 더 지금과 미래를 반영하려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