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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14. 2019

한없이 안전한 속편

<쥬만지: 넥스트 레벨> 제이크 캐스단 2019

 비디오 게임이 된 쥬만지에서 탈출한 스펜서(알렉스 울프), 마사(모건 터너), 베서니(메디슨 아이스먼), 프리지(서더라이스 블레인)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연휴를 맞아 대학이 있는 뉴욕에서 집으로 돌아온 스펜서는 요양 차 집에 머무르던 할아버지 에디(대니 드비토)를 만난다. 에디는 오랜 친구인 마일로(대니 글로버)와 식당을 운영하다 불화로 인해 은퇴한 인물이다. 쥬만지 탐험을 통해 마사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 스펜서는 대학에 간 이후 점점 자존감을 잃어갔고, 고향에서 모이자는 친구들과의 약속 대신 다시 한번 쥬만지로 들어가 자존감을 되찾으려 한다. 이를 알게 된 친구들은 쥬만지 안으로 되돌아가지만, 마침 집에 있던 에디와 마일로가 함께 빨려 들어가고, 지난번과 다르게 캐릭터를 선택할 수도 없으며, 완전히 새로운 레벨의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한번 브레이브스톤(드웨인 존슨), 핀바(케빈 하트), 셸리(잭 블랙), 루비(카렌 길런) 등의 게임 캐릭터가 된다. 이들은 새로운 게임 캐릭터 밍(아콰피나)이 된 스펜서를 찾아 다시 한번 쥬만지를 탐험하게 된다.

 2년 만에 돌아온 <쥬만지: 새로운 세계>의 속편 <쥬만지: 넥스트 레벨>은 전작과 거의 동일한 구성을 갖고 있다. 보드게임 속 세계가 현실로 튀어나오는 오리지널 영화의 설정을 비디오 게임과 접목시키고, 그 속을 탐험하는 판타지 어드벤처라는 설정은 예상 밖의 큰 흥행을 가능케 했다. <쥬만지: 넥스트 레벨>은 그 설정을 적절하게 뒤바꾼다는 점에서 일단은 성공적이다. 특히 현실의 인물들과 게임 속 캐릭터의 매치가 바뀌었다는 부분이 이번 영화의 가장 즐거운 부분이며, 에디와 마일로라는 두 노인 캐릭터가 게임 속으로 들어왔다는 점이 전작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에디와 마일로는 각각 브레이브스톤과 핀바가 되는데, 대니 드비토와 대니 글로버라는 배우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에디와 마일로라는 두 인물에 반영되었고, 그것이 다시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드웨인 존슨과 케빈 하트에게 반영된다는 점이 꽤나 즐거움을 선사한다. 결국 드웨인 존슨과 케빈 하트가 대니 드비토와 대니 글로버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 속에서 캐릭터가 변경 가능하다는 설정 또한 나름의 재미를 준다. 특히 셸리를 연기한 잭 블랙이 다양한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많은 즐거움은 준다.

 다만 이야기의 측면에서 새로워진 것은 없다. 에디와 마일스라는 두 캐릭터를 통해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 중 하나로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고 흥미로웠으나, 기존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모든 부분에서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만을 이어간다. 사실 두 노인의 이야기도 매우 안전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두 사람의 결말 또한 매우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영화 전체가 그렇다. 다음 장면은 눈에 훤히 보이며, 웃기긴 하지만 새롭진 않은 농담들을 던진다. 사막이나 설산 같은 새로운 공간들을 새롭게 그려내지도 못한 채, 어느 영화에선가 본 것 같은 비주얼을 되풀이한다. 백인 남자아이의 자존감 부족 문제를 동양인 여성 게임 캐릭터를 내세워 보여주는 방식은 다소 아쉽게만 느껴진다. 영화 맨 마지막에 등장한 속편 예고가 가장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영화 전체가 그다지 성공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두 시간가량은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자체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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