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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어떤 여자들>

원제: Certain Women
감독: 켈리 레이차트 출연: 로라 던, 미셸 윌리암스, 크리스틴 스튜어트, 릴리 글래스스톤
제작연도: 2016

미국 서북부 몬태나 주의 황량한 평원지역, 네 명의 여성이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변덕스러운 고객을 상대하기가 점점 벅찬 변호사 로라,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바램 때문에 가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지나, 어느 외딴 마을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목공, 목공가 다니는 야간학교에 강의를 오는 법대 졸업생 엘리자베스. 네명의 삶은 전혀 다른 공간에 위치해 있는 듯 하지만, 황량한 몬태나의 겨울 속에서 이들은 미세한 연결을 만들어낸다.

각 에피소드가 비슷한 시간대에 벌어진 일임을 암시하는 느슨한 연결고리만을 남기는 <어떤 여인들>은 이야기가 아닌 뉘앙스를 통해 에피소드들을 잇는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집중하고 주의 깊게 감상하면 드러나는 여성의 삶과 일상, 어떤 네 여인이 세상과 맞서가며 살아야 하는 모습, 거기서 비롯되는 외로움과 피곤한 감정이 굵은 입자의 16mm 필름 화면에 담긴다. 몬타나 주의 겨울이 주는 황량한 길은 여인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작용한다. 앞선 두 에피소드의 로라와 지나가 여성이기에 받는 시선과 차별들은 몬타나의 이미지와 겹쳐져 하나의 뉘앙스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노골적인 고발이나 폭로가 아닌, 그렇게 살아가게 된 두 여인의 모습을 그저 담아낸다. 16mm 필름의 굵은 입자는 그 삶이 겉보기엔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그 내면은 거칠고 불안정한 감정을 동반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목장을 관리하는 여인과 엘리자베스의 묘한 감정선과 소박한 연대는 앞선 두 여인의 모습의 위로가 된다.

켈리 레이차트는 <초원의 강>(1994), <웬디와 루시>(2008), <믹의 지름길>(2010) 등의 전작들에서 길의 이미지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길이라는 테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다. 그것은 밝고 즐겁고 경쾌할 수도 있고,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일 수도 있으며, 험난한 장애물일 수도 있다. <어떤 여인들>은 주위가 텅 비고 황량한 길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가져와 에피소드의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달리는 차를 잡는 시퀀스에서 카메라는 언제나 여성들의 얼굴을 잡아내고, 창에 비친 길의 모습과 함께 얼굴을 보여준다. 이미지가 곧 감정으로 작용하는 영화적 연출은 <어떤 여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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