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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마이 리틀 자이언트>

원제: The BFG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마크 라이런스, 루비 반홀
제작연도: 2016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2011)과 <워 호스>(2011)을 시작으로 2010년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새로운 영화들을 내놓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디즈니와 협력해 제작한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또 하나의 걸작이다. <마틸다>(1996),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1996),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등의 원작 동화를 쓴 작가 로알드 달의 『내 친구 꼬마거인』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꿈을 제조하고 불어 넣는 작은 거인 BFG와 고아원에 사는 소녀 소피의 이야기이다.

BFG는 꿈을 모으는 작은 거인이다. 그리고 그 꿈들은 노골적으로 영화를 상징한다. 그는 트럼펫으로 건물 속 사람들에게 꿈을 불어넣는다. 영화 중반부 BFG가 한 소년에게 꿈을 불어넣는 장면이 나오는데, 창문을 통해 보이는 트럼펫의 모습은 영락없는 극장 영사기의 모습이다. 할리우드를 영화란 꿈을 만드는 꿈의 공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생각해보면, BFG가 트럼펫으로 불어넣는 꿈들은 모두 영화이다. 소년에게 들어간 꿈은 벽을 스크린 삼아 영사되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소년의 꿈은 영국 여왕을 만나는 소피를 통해 실현되기까지 한다. 영화를 통해 상상하고, 언젠가 현실로 만들어 내라는 격려처럼 느껴진다.

또한 BFG는 꿈들을 담은 병들이 가득한 자신의 집에서 여러 가지 꿈들을 섞어 새로운 꿈을 만들어낸다. 할리우드가 하는 일이 바로 그 것이 아닌가. 영화(꿈)을 섞어 새로운 영화(꿈)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70~80년대 꿈의 공장을 이끌었던 스필버그의 모습이 BFG의 모습 위에 오버랩 된다. BFG는 마크 라이런스의 모습을 닮았지만, 묘하게 스필버그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미지와의 조우>(1977), <레이더스>(1981) <ET>(1982) 같은 모험의 꿈부터 악몽 자체였던 <죠스>(1975)와 <우주 전쟁>(2005), 달콤하고 구슬픈 <A.I.>(2001)과 묵직했던 <스파이 브릿지>(2015)까지, 스필버그는 직접 채집하고 연금술처럼 만들어낸 꿈들을 BFG가 트럼펫으로 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불어넣어준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소피는 BFG와 대화하는 중 "곧 꿈에서 깨어나겠죠?"라고 말한다. BFG는 "그렇게 되겠지만, 이곳에서는 아니야."라고 말한다. 소피가 아닌 관객에게 스필버그가 말하는 듯하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꿈에서 깨어나겠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안에서는 깨어나지 않는다. 가끔은 내가 악몽을 만들기도 하고, 내가 여러분이 원하는 모습이 아닐 수 있어도 나는 계속 꿈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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