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oni Erdman
감독: 마렌 아데
출연: 페테르 시모니슈에크, 잔드라 휠러
제작연도: 2016
2016년 최고의 괴작을 꼽으라면 당연히 <토니 에드만>이다. 러닝타임 162분의 독일 코미디 영화를 코미디로써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만의 숲>(2003), <에브리원 엘스>(2008)과 같은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연출해온 마렌 아데의 세번째 장편영화는 기괴한 힘으로 가득하다. 나이 든 반려견이 죽고 외로움에 빠진 초등학교 음악교사 빈프리트가 다국적 기업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딸 이녜스를 찾아가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 영화를 채우고 있다.
이녜스는 갑작스레 찾아온 빈프리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는 곧 클라이언트를 대신해 불가리아의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해야하며, 승진을 앞두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찾아온 빈프리트는 이녜스에게 걸림돌과 다름 없다. 이녜스의 거부에 실망한 빈프리트는 그의 또다른 자아 '토니 에드만'의 모습으로 이녜스를 다시 찾는다. 토니 에드만은 우스꽝스러운 틀니와 수더분한 장발의 가발을 쓴 빈프리드다. 그는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이녜스와 친구들, 직장상사와 대화하는 이녜스, 클라이언트 회사의 노동 현장을 찾아가는 이녜스의 앞에 나타난다.
갑자기 나타난 '토니 에드만'은 이녜스와 빈프리드 사이의 다소 냉랭한 관계에 균열을 낸다. 그 균열은 지역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68세대 아버지와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신자유주의 세대의 딸 사이의 간극으로 확장된다. 프레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혼잣말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토니 에드만은 빈프리드와 이녜스 사이에 위치한 공동의 자아, 즉 균열 그 자체를 표상한다.
빈프리드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토니 에드만인 자신을 독일 대사라고 소개하고, 이녜스를 쉬눅이라는 이름의 비서로 소개하는 장면은 그래서 독특하다. 부활절 계란 장식을 가르쳐 준다고 하여 우연히 만난 사람을 찾아간 빈프리트는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쉬눅(이녜스)에게 어린 시절에 자주 부르던 노래를 해볼 것을 주문한다. 그 노래는 휘트니 휴스턴의 'The Great Love of All’이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좋은 세상을 남겨주자는 가사의 노래를 연주하고 부르는 둘의 모습은 균열을 통해 세대를 가로지르는 모습 자체이다. 뒤이어 이어지는 장면, 뜻밖의 '나체파티'와 그곳에 등장한 쿠게라 인형을 뒤집어 쓴 빈프리드의 모습. 모두가 놀란 가운데 의문의 털복숭이가 빈프리드임을 곧바로 알아챈 이녜스는 밖으로 나간 빈프리드를 끌어 안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녜스의 할머니이자 빈프리드의 어머니의 장례식장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녜스는 토니 에드만의 틀니를 끼고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쓴다. 두 부녀는 이를 통해 융합되었는가? 상이한 시대와 이념을 살아온 두 세대의 사람은 하나의 것으로 합쳐질 수 있는가? 영화가 수없이 갈라 놓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토니 에드만은 그 기괴함만큼이나 다른 것이며, 합쳐질 수 없는 것을 강제로 끼워 맞춘다기 보단 공유할 수 있는 미묘한 것을 찾아 해맨 끝에 도달한 형상과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