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는 은행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by 고정금리

가끔 은행에 볼일이 있어 방문하게 되면, 직원들이 신용카드를 권유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된다.

그것도 모든 열정을 담아 아주 열심히 권유한다.

심지어 어떤 직원은 안스러워 보일 정도로 카드를 권유할 때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발급된 신용카드가 은행의 수익에 가져다 주는 수익이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얘기하고 싶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텐데, 신용카드와 관련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업 중에 관련 수수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 곳이 있다.

과연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은행’이다!


그렇게 열심히 판매하는 신용카드를 가지고 정작 은행 업무와 직접 관련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이 은행 창구에서는 전혀 없다.

은행원으로 일하면서도 전혀 그에 대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처음 이 사실을 인식했을 때 나는 뒤통수를 크게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서류 한 장 발급하고 100원, 200원 내는 것도 카드결제가 되는데, 은행에서 카드를 안 받는다고?"


가장 금융적인 공간에서 가장 일반적인 금융 수단이 쓰이지 않는다는 것, 이건 단순한 불편함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은행이 가진 어떤 의사결정의 모순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은행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행이 뭐 하는 곳이죠?”라고 물으면, 의외로 한 문장으로 또렷하게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알 것 같지만 정확히 말하기는 어려운, 그런 막연한 존재가 은행이다.


은행은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돈이 없으면 살 수 없고, 그 돈이 오가는 길목에 언제나 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요한 곳이라면 모두에게 사랑받는 조직이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에서 은행을 향한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때때로 은행을 서민의 등을 쳐서 돈을 버는 집단으로 묘사하고,

어떤 사람들에게 은행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가는 차가운 존재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은행은 정말 그런 ‘나쁜 놈’일까?


나는 이 질문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은행에서 일하면서, 또 동시에 한 명의 고객 입장에서 은행을 바라보면서, 은행이 왜 항상 이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이유가 개인이나 조직 자체의 악의(惡意) 때문이 아니라, 더 큰 구조와 사회적 제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은행을 생각할 때 보통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고, 서류를 처리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해 본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은행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선택과 제약 속에서 움직이는 조직이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은행을 변호하려는 이야기도, 은행을 비난하려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에 대해

‘왜 은행은 항상 이런 선택을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조금 더 구조적인 답을 찾아보려고,

어릴적부터 고민하고 답을 얻으려고 했던 과정 중의 일부를 끄집어 내어,

생각대로 느낀 감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쓴 것들이다.


은행의 문제처럼 보이는 많은 장면들이 사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은행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의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