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심여행자 Jul 03. 2024

무슨 수작이야

수요일 오후엔 연락을 기다린다.

인류의 4대 작물이라는 녀석은 안데스의 선물이다. 대항해시대 배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가 기아를 정복했으며, 서부시대엔 신대륙 개척자들의 배를 채워준 구황작물이었다. 산삼 서리를 하러 조선 땅에 들어온 청나라인들이 가져와 심었다는 감자는 어느새 식탁에 중요한 식재료가 됐다.


감자요리 중에서도 곱게 갈아 부친 감자전을 으뜸으로, 무채처럼 썰어 부친 감자채 전을 버금으로 친다. 갑자기 감자로 무슨 수작이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침까지 비가 온 수요일이야 말로 수작(酬酌)을 부리기 좋은 날이다. 수작은 술잔을 주고받는다는 옛말. 수요일 오후엔 부리는 연락을 기다린다.

대구 송현동의 엄마손동동주. 감자채전이 일품이다.

솜씨 좋은 이모님이 있는 집에선 손글씨로 붙여 놓은 메뉴부터 시키면 된다. 꼬신내 나는 감자채 전이 나왔다. 바삭한 외모에 부드러운 속살, 기름지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 얼른 잔을 친다. 상큼한 동동주 한 사발을 들이키면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느새 발그레진 볼때기. 어?! 잔이 비었네. 여기 한잔 받으시라.



덧말) 과장된 허풍과 농담이 포함된 글입니다. 다큐로 오해 없으시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