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띵.
코즈웨이베이 소고 쇼핑몰 앞, 혼잡한 헤네시 로드 앞에 서 있으면 멀리서 ‘띵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띵띵’ 소리가 나면 어느샌가 트램이 도착해있다. 트램이 출발할 때 내는 종소리 ‘띵띵’ 때문에 홍콩 사람들은 딘체(電車) 대신 띵띵(叮叮) 혹은 땡땡, 땡땡체, 띵띵체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부른다. 한국인으로서 종소리를 땡땡으로 배운 내 귀에는 땡땡으로 들리는데, 같은 소리를 들어도 나라마다 의성어가 다르다는 사실을 여기서 또 한 번 체감한다.
홍콩에 살면서 트램을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쁠 때는 트램만큼 답답한 교통수단이 없지만, 날씨가 좋고 여유로울 때는 참 낭만 있는 교통수단이다. 가끔 하릴없이 홍콩섬 시내에서 트램에 올라타 창밖을 바라보며 바람이 머리칼을 스치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 종착점 케네디타운에 도착하면 바다를 따라 산책도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도 부려본다.
처음 트램을 타는 사람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것은 트램 승하차 방법일 것이다.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트램은 뒷문으로 타고, 기관사가 있는 앞문으로 내린다. 요금도 내리면서 옥토퍼스나 동전으로 지불한다. 운행거리와 관계없이 요금이 동일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1880년대 후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따라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트램 선로 건설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케네디타운에서 코즈웨이베이까지 트램이 운행되었지만, 이후 홍콩섬 동쪽 끝 사우케이완으로까지 연장됐다. 트램이 본격적으로 운행된 것은 1904년부터였다. 이때 사용된 트램 26대는 모두 영국에서 제조돼 홍콩으로 수입됐으며, 지금과 달리 모두 단층 트램이었다. 트램 이용 수요가 증폭하면서 1912년에 천장이 없는 오픈덱(open deck) 2층 트램을 도입했지만, 날씨로 인한 불편으로 1920년대 중반에 지금과 같은 천장이 막힌 2층 트램으로 바뀌었다. 이후 1946년부터 모든 1층 트램들이 2층 트램으로 대체됐다. 트램의 외관은 100여 년 동안 나무에서 알루미늄으로, 단층에서 2층 트램으로 변한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재밌는 점은 과거에는 트램 열차 내에 1등석과 3등석이 구분되어 있었다. 이러한 좌석 등급 시스템은 1972년까지 비교적 오래 유지됐다.
오늘날 트램은 움직이는 광고판으로도 활용된다. 트램 외관에 처음 광고를 실은 것은 1930년대였다. 초기 광고는 창문 사이와 같은 공간에 배너형 광고였지만, 지금과 같은 트램 전면에 도색 광고가 들어가는 것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시작됐다.
화려한 빌딩 사이를 누비며 ‘띵띵’ 소리를 울리며 느리게 움직이는 트램 안에서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듣다 보면 느림의 미학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여유와 슬로우라이프를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참고자료: SCMP 'Hong Kong’s century-old love affair with trams: a track record of nostalgia'; HK Tramways(https://www.hktramways.com/en/our-story/); Localiiz 'Hidden Hong Kong: A history of the iconic Hong Kong t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