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착각했다.

결혼 8주년

by 이기영

얼마 전 8주년을 결혼기념일을 맞이했다. 8년 동안 한 남자와 살다 보니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몰랐던 3가지의 사실을 알아냈다.


1.

아는 카페 사장님으로부터 구피 열여덞 마리를 받았다. 평소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열여덞 마리의 구피를 유심히 보더니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했다.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구피들의 이름을 벌써 다 지었다고 했다.


"열여덟 마리의 구피 이름을 다 지었다고?"

"응! 아주 쉬워! 제일 큰 놈부터 일피, 이피, 삼피, 사피, 오피, 육피, 칠피, 팔피, 쟤는 구피야..."


그렇게 십팔피까지 구피들의 이름이 지었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사이에 아기구피 즉, 치어가 태어났다.

그 치어에게도 남편은 이름을 지었다.

"쟤는 이름이 뭐야?"

"미니!, 작으니까."

그리고 또 얼마 후 또다른 치어가 한마리 더 태어났다.

"그럼 쟤 이름은 뭐야?"

"미니미니."


미니미니 이후 더 이상의 치어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다음 이름은 아마 '미니미니미니'가 아닐까 싶다.


남편은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아니었다. 남편은 그저 단순한 사람이었다.


2

선순환 공유경제 사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엣지페이에 20만 원을 충전해 주었다.

"당신이 쓰고 싶은데 마음껏 써!"

남편은 한 달에 10만 원을 쓰는 사람이다. 그 돈도 주말마다 목욕탕을 가서 세신을 하고, 음료를 사는데 쓴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후 남편이 충전해 준 20만을 다 썼다고 했다.


"벌써 다 썼다고?"

"어디다 썼어?"

"마음대로 쓰라며? 그냥 출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이것, 저것 사 먹고 낚시용품도 샀지요?"


남편은 검소한 사람이다?

아니었다. 남편은 검소한 게 아니라 그저 돈이 없어서 못 쓴 사람이었다.


3

비 오는 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이 안방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왜 문을 이렇게 활짝 열어놓았어?"

"음~그냥 빗소리도 좋고, 비 냄새도 좋아서..."


남편은 센티하게 감성적인 사람이다?

아니었다. 남편은 이제 갱년기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