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영 Jan 02. 2023

젊음, 함부로 부러워하지 마라

1. 내가 만난 100인 - 나

브런치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열정의 옷만 잔뜩 껴입었다.

한파가 몰아쳐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도 불구하고 절대 내의는 꺼내 입지 않았다. 

이젠 한 살을 더 먹어  어느덧 마흔의 절반 가까이 와 버렸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아직 젊다고 굳게 믿고있었다.


새해 첫날,

이날만큼은 차림도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다.

롱패딩 대신 옷장 깊숙한 곳에서  가벼운 코트를 꺼냈다. 거기에  바지보다 더 얇은 가을 원피스를 꺼내 입고는 머플러만 걸쳤다.

'아직은 젊다.'라며 스스로의 자이도취에 빠져 드레스룸에서도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해 약속까지 시간이 빠듯해진 후에야 부랴부랴 집 밖을 나섰다.


약속장소인 백화점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1층 스타킹판매대를 들렀다.

스타킹 매대 옆에는 한창 세일 중인 겨울 머플러를 사기 위한 사람들로 이미 분주했다.

그중 나의 행색을 위, 아래도 훑어 내려오던 할머니 한 분이 시선을 내 다리에서 멈추더니 기겁하듯 말씀하셨다.


"우~와!! 역시 젊음이 좋구나. 이 날씨에 맨다리로 밖을 나오다니..."

순간 주변의 시선이 일제히 나의 맨다리로 고정되면서  부러운 시선까지 더 해졌다.

조금 민망하면서도 다급해진 나는 가장 두터운 스타킹을 재빨리 손에 집으며  말했다.

젊어서 스타킹을 안 신은 게 아니라,
스타킹 신는 걸 깜빡한 거예요.


젊음을 자랑하는 자

젊음을 부러워하는 자

둘다함부로해선 안 될 일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