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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새 Nov 12. 2021

사랑하는 섬이 생겼다

욕지도를 만나고..

우리는 2020년 8월 4일 부부가 되었다. 8개월차 커플이 혼인신고 서류 한장으로 부부가 되었다. 상견례, 결혼식도 없이 1년을 살았고, 2021년 10월 10일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보다 기대한건 신혼여행이었다. 올해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한참 캠핑을 즐기고 있었고, 특히 나에게는 5년간의 (빡센) 직장생활만에 처음 가는 1주일 이상 휴가였기 때문이다.


신혼여행도 당연히 캠핑! 1주일동안 2박 3일씩 3군데를 가자! 평일이니까 인기 많은 캠핑장들도 예약이 될거야!라며 오션뷰, 마운틴뷰 골고루 캠핑장을 찾았다. 그러다 욕지도라는 곳의 바다뷰 캠핑 사진을 보게됐는데, 앞에 가리는 것 없이 완전히 탁 트인 바다에 평일에 한팀 밖에 예약이 없었다. 당시 모든 남해 캠핑장을 뒤져도 원하는 사이트는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어려웠어서 (항상 그렇듯 2주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지) 욕지도는 처음들어보는 곳이고, 배를 타고 들어가야하지만 바로 예약했다. 남편한테 보여줬더니 남편이 아예 여기 길게 있어볼까? 한 5일? 이라길래 얼른 3일 추가 예약했었는데.. 그게 우리 인생의 일부를 이렇게 바꿔놓을 줄이야!


결혼식 다음날 욕지도로 가던 길, 저녁을 먹으려고 대전에서 멈췄다. 아기자기한 정통 이탈리아 가정식집이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우리 스프링클을 예뻐해주셔서 한참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우리가 욕지도로 신혼여행 간다고하니, 사장님 부부께서 욕지도 너!! 무!! 좋아한다시며 약간 깜짝 놀랄 정도로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다. 욕지도 고등어회 너무 맛있고, 낚시하기 너무 좋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참을 얘기해주셨다. 그런데 이젠 우리가 그분들처럼 누가 물으면 욕지도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하고 다닌다.


남편도 나도 여기 저기 많이 다녀본 사람들이다. 나는 중학교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오레곤에 살면서 그쪽 여러 해안가 마을들을 많이 갔고, 여행으로는 LA,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베트남 무이네, 캄보디아 앙코르왓, 태국 방콕, 일본 오사카, 후쿠오카,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페인 이비자, 프랑스 파리,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 갔다. 남편을 만나고서는 국내에 지리산, 북한산, 가야산부터 온갖 작은 산들, 충주호, 거제도 등 열심히 돌아다녔다. 근데 남편은.. 일단 미국에 10년 살면서 동부 서부 섭렵했고 프랑스 벨기에 영국 뭐 딱히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남편도,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느낀 곳은 샌디에고 이후 처음이다.


제주도도 같이 다녀왔었지만, 제주도는 좋지! 좋아~ 정도였다면, 욕지도는 좋아서 땅을 살 정도다. 관용어구가 아닌 것이 실제로 신혼여행 중에 욕지도를 두번 왔다 갔다 하면서 땅을 샀다. 20년 후 은퇴하고 예쁜 집 짓고 살자~ 하면서 샀다. 이 아름다운 섬에 우리 가족이 언제나 올 수 있는 땅이 있다니.. 사랑이 더 커지는 순간이다ღ


참, 욕지도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는 간단하게 적고, 사진으로 마무리하겠다!


1. 경치

    - 내가 좋아하는 장쾌한 경관과 아기자기한 경관이 섞여 있는 곳. 남해라 그런가, 작은 섬들이 보여서 그런가 왠지 모르게 따뜻한 바다의 느낌이다. (건축탐구 집 두 남자의 휴가 편에 나오는 강원도 집에 대해 임형남 건축가께서 한 말인데, 바로 욕지도가 이렇다!)

새벽 4시 별자리 찾기

2. 동네 분위기

     - 깨끗하다. 양식장이 많아도 소규모여서 그런지 어촌 냄새가 안나고 동네가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다. 등산로도 그렇고, 동네 중간 중간 작은 공원들도 관리가 잘 되어있다.

      - 조용하다. 동네도 조용하고 바다도 잔잔하다. 파도소리 밤에 들으면 살짝 춥고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매서운 바다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여긴 바다가 잔잔하다.

       - 고양이를 좋아하는 동네. 섬에 고양이가 많기도 하고, 여기 저기 고양이 캐릭터들도 보이고 매우 고양이 친화적이다.

앗 근데 얜 그냥 신혼여행 따라온 우리집 고양이!

3. 음식

       - 고등어회... 해산물, 회 못먹는 우리 남편.. 잠깐 들러서 땅만 보느라 바쁜 점심에 고등어 회 안사줬다가 삐질뻔했다..

       - 고구마, 밤고구마. 떨어질 때마다 서울로 배달시켜서 먹는 중


4. 이름도 마음에 들어

        - 欲知島: 하고자할 욕, 알 지, 섬 도. 가방끈 긴 우리에게 딱!




2. 두 남자의 인생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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