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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슬 Aug 05. 2024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종방 후에도 긴 여운은 계속된다.

'요즘 드라마 볼 만한 게 없어'라고 타박만 했다면 이 드라마는 뭔가 확실히 달랐다. 새로 나온 드라마는 첫 화만 봐도 결말각이 나오는 게 마련이라 오히려 편집은 있겠지만 결말이 아리송한 일반인 대상의 연애 프로그램이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첫 화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제 마지막화를 보고 잠이 들었는데 한 권의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기분 좋게 책을 덮은 것처럼 아직도 긴긴 여운을 남기는 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첫 번째는 아무래도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점이다. 바로 최진혁(계지웅 검사역)과 이정은(임순 역) 배우다. 최진혁 배우는 '구가의 서'를 보고 좋아하게 되었는데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유독 '밤'장면이다. 몽환적인 CG와 그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최진혁 배우에게 오랫동안 겹쳐 보였다. 물론 요즘 미우새를 보고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긴 했다. 때론 사람 좋아 보이는 그 빙구 웃음이 계지웅 검사에게 겹쳐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정은 배우는 말해 뭐 하겠는가. 생활인지 연기인지 가끔 구분이 안된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제주도 현지인 연기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 있었을까 싶다. 이 드라마에서도 그녀의 작은 몸놀림에 '움칫 둠칫' 안 할 수가 없다. 아주 사랑스럽고 이쁘다.


그리고 윤병희(주병덕 역), 김아영(도가영 역), 정영주(임청 역), 백서후(고원 역) 등 모든 캐릭터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아주 빛이 난다. 빛이나.


두 번째는 줄거리다. 내 주위 아니 나만 해도 20대 때 공시 공부 안 해본 사람, 생각이라도 안 해본 사람 없을 정도로 특히 2000년 초반에는 공무원 시험 열풍이 거셌다. 주인공 역시 공무원 공부를 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미진 역)으로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실한 여성이다. 집안에 슬픔 하나 없는 집 없다고 이모가 20년 전 실종됐다. 어릴 적 미진의 기억 속의 이모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는데 미진보다 더 챙길 정도라 하루는 미진이 왜 그런지 물었다.


"고양이는 다 안다. 한번 맘에 품은 사람은 절대로 안 잊는다. 그리고 받은 만큼 돌려준다"


그리고 고양이를 매개로 낮에는 50대의 임순으로 해가 지면 다시 20대 공시생 이미진으로 변신한다. 이 과정에서 20대에는 특히 느끼지 못하는 ‘젊음’이라는 선물의 깊이를 잘 표현해 낸다.


검찰청의 환경 공무원 인턴으로 들어가는 50대 임순은 ‘시니어 어벤저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일을 잘 해낸다. 이 부분도 좋다. 이러한 이야기가 삶에 대한 새로운 면모들을 보게 해 주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언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세 번째는 음악이다. 이정은 배우의 흥에 나도 빠져 들어가다 보니 나오는 음악이 아주 재미있었다. 가장 메인 테마인 떴다!! 그녀!!(채보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좌충우돌 임순이 또 나왔구나 뭔 일인가 싶어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상큼한 백서후(고원 역) 배우가 청소를 할 때 나온 Lucky Charm(BOYNEXTDOOR)은 20대의 풋풋한 마음을 대변하는 멜로디다.


주인공이 20대와 50대를 겪으면서 느끼는 힘든 감정을 표현할 때 나오는 잔잔한 My Little Dream(Sarah Kang)은 나 역시도 주인공이 되어 함께 감정을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맑은 음성의 Stay(정은지)는 그녀의 마음을 담담히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밖에도 흐르는 음악이 너무 좋았다.


정리하고 보니 이래서 내가 이 드라마를 사랑했구나 싶다. 긴 여운은 남지만 또 나올 좋은 드라마를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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