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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leine Nov 28. 2018

모유수유 적응기 또는 성공기


어렵게 모유수유를 성공한 경우라, 나처럼 힘든 초보 엄마를 위해 기록을 해두려고 한다.


나는 유두가 짧은 편이라 처음부터 아기가 쉽게 빨지 못했다. 성공이라는 말이 거창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모유수유는 생각보다 더더더 어렵다. 특히 나처럼 직수가 어려운 엄마에게는 말이다.


신생아실에서는 유두가 짧은 나에게 유두보호기를 추천했고, 조리원 내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몇 차례 가슴 마사지를 받았다. 밤에도 알람을 맞춰 3시간 간격으로 꼬박꼬박 유축한 결과, 젖은 점차 불어났으며, 가슴은 띵띵 불어 똑바로 눕기도, 옆으로 누워 자기도 어려운 지경까지 일렀다. 이때는 젖양이 많다고 좋아했다. 유축할 때 펑펑 솟아져 나오는 모유를 보며 뿌듯하기까지 했다.

내 가슴은 항상 젖으로 가득 차 무거웠고, 젖이 계속 흘러 수유패드가 없이는 생활이 어려웠다. 수유 직후에는 유축을 하고, 냉장고에 모유는 쌓여갔다. 직수와 유축을 같이하게 되면, 유축기에 부수적인 깔때기, 젖병, 아기가 먹은 젖병, 또 나는 유두보호기까지 씻어서 소독기에 넣는 일 모두가 육아에 포함되어 있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유축하는 횟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가슴은 불편했고, 유두보호기도 계속 사용했다.      


매일 밤 ‘유두보호기 졸업’ 사례를 검색했다.

모유수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내 모유는 양이 부족하지도 않고 우리 아기에게 최고다.’라는 자신감을 억지로라도 가지는 게 좋다. 나는 그것이 부족했다. 아기가 울어도, 내 모유가 문제인가? 하고 질책했으며, 우울하고 자신감 떨어지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분유 수유를 한다면 분유를 바꾸는 등 다른 문제점을 찾을 텐데, 모유수유를 하면 모든 게 엄마 탓만 같다. 거기다 유두보호기를 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수유할 때만 되면 왜 나만 유두보호기를 해야 하는지의 의문도 나를 힘들게 한다. 남편에게 내 힘든 점을 털어놓았고, 남편이 집에 있는 추석 연휴기간 동안 같이 노력해보자고 제안했다. 유두보호기를 빼고 수유를 시도하자 아기는 자지러지게 울었으며, 강하게 거부했다. 포기하고 바로 유두보호기로 먹이고 싶었지만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며 그냥 계속 계속 시도했다. 3일 정도 하니 아기도 자연스럽게 젖을 물게 되었다. 처음 유두보호기 없이 젖을 빨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때가 아기가 태어난 지 60일 정도 되었을 때다.     



유두보호기를 졸업하면서 차츰 모유수유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은 멍울져 있었고, 상대적으로 수유 텀이 길어지는 밤에는 자다가도 가슴이 아파 일어날 정도였다.

유두보호기를 빼고 먹이기 시작한 지 3~4일쯤 지난 어느 날, 왼쪽 가슴이 말랑말랑해졌다. 항상 젖이 가득 차 멍울지던 가슴이 말랑해졌으며 오른쪽 가슴은 팔을 들지도 못할 정도로 멍울이 단단해졌다. 이제 겨우 유두보호기를 없이 먹이기 시작했는데 이 무슨 일인가?     



밤새 인터넷을 검색하다 결국 오케타니 유방 전문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이미 조리원에서 3차례나 받았고, 금액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문가에게 가슴의 상태를 털어놓고 위로받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 금액을 지불해도 된다는 후기를 보고 바로 가까운 지점에 연락했다. 마음이 급해서 새벽에 문자를 해두었는데 다행히 그날 바로 가능하다는 답변받고 방문했다. 마사지는 총 2회 받았으며 모유를 모두 빼내는 것 같았다. 흰 수건이 노랗게 변했고 가슴은 말랑해졌다. 신기하게도 그 상태에서 아이에게 물려도 젖은 나왔다. 멍울져 있는 상태는 모유가 만들어져 나오지 못해 고여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모유는 호르몬이 만들기 때문에 아기가 빨기 시작할 때 만들어진다. 마사지를 받은 이후에는 가슴 상태가 좋아지면서 모유수유에 자신감도 붙고 힘들기만 했던 수유 시간이 기다려지고 행복해졌다.


100일이 넘은 아기는 완모를 하고 있다. 수유 텀은 여전히 3시간을 넘기기 어렵지만 밤에는 6-8시간씩 잘 자는 딸 덕분에 한결 수월하다. 외출 시 어디서 수유를 해야 하는지 난감해 이따금씩 우울하긴 하지만 남편과 나의 뜻대로 완모 중이라서 좋다. 모유수유가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 둘 다 분유로 컷 던 탓에 모유수유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충만하다. 부디 내 모유가 아기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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