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C Mar 15. 2024

약국에서 일하며 느낀 점

100살 시대, 행복한 노후를 위해 청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약국에서 일을 하면서 평일에는 주로 어르신들을, 주말에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평일에 어르신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분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는 크게 3가지이다.



1. 어르신들 또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


근무하는 약국이 여는 시간은 9시부터인데, 보통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손님이 많다.


특히 낮에는 어르신들이 약을 조제하러 약국을 찾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그런 것을 보고, 연세가 들면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들이 젊은 손님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청년들은 약국에서 필요한 의약품만 구하면 바로 나가는 반면, 어르신들은 안부 이야기를 하거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가끔 어떤 분들은 조제약에 대한 복약지도가 끝났음에도 더 이야기를 하려고 다른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약사님을 붙잡아 두는 경우도 있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들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다는 뜻이고 누군가 자신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들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며 그러한 점에서 삶의 목적에 있어서 청년인 나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분들인 것이다.


그들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며 그러한 점에서 삶의 목적에 있어서 청년인 나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분들인 것이다.


그러한 것을 경험 속에서, 나는 이러한 현실이 너무 안쓰럽게 느끼면서도 지금 내가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대비 없이 인생을 보낸다면 나 또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고자 하는 이'가 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바쁘게 살면서 스쳐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결국은 (삶에 시간적 여유를 찾으면서) 점점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가까이에 있는 익숙한 관계들을 보다 소중히 하고 다양한 연령대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경험을 쌓아야겠다. 지나고 나서 익숙했던 관계를 찾거나 경험을 쌓기에는 이미 때는 늦지 않을까.



2. 어르신들은 비용 외에도 '사람에 대한 정'을 고려해서 판단한다.


"먼 거리를 걸어서 고정된 음식점에서 커피나 음식을 사 먹은 경험이 있는가?"


청년인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단연코 NO라고 답할 것이다. 내 배를 채우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비용을 치를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 경험으로는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 약국을 찾는 어르신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학병원 주변 약국에서 조제약을 받는 게 훨씬 편하고 신경 쓸게 덜하지 않나? 왜 굳이 이곳까지 오셔서 약을 찾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놀라곤 한다. 매일 일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봐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변수는 오직 하나. '익숙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 뿐이다. 



그런 어르신들을 보면서 '가족들에게 익숙해져만 있고 그들에게 더 잘하려고 들지 않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앞으로도 먼 길을 걸어서 우리 약국을 찾아주시는 어르신들께 더 잘해야겠다.



3. 나이가 들면 의료 지출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현재 청년인 나의 경우 의료비에서 돈이 많이 나가는 경험은 접하기 힘들다.

보통 식비와 취미 그리고 문화에서 그 지출이 많이 나가지 의료비에서 지출이 많이 나가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약값에서 그런 지출이 나갈 거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건강보험이 잘 되어있어서 괜찮을 것이다. 의료비 얼마나 나가겠나." 이런 생각을 종종 해왔었다.

그럼에도 약국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이나 '전액본인부담'과 '일정 비율 본인부담'에 해당되는 조제항목들로 인해 (의약품과 복약 총횟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2~3개월치 조제약의 비용이 3만 원이 넘는 경우를 흔하게 봤고 5만 원을 넘는 경우도 가끔 본 듯하다.

예외적인 경우지만, 약 하나에 100만 원 하는 새로 개발된 신약을 구하러 오는 경우도 있었다.



약사님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약은 몸적용되는 것인 만큼, 약의 효과를 보려면 꾸준한 복용이 중요'한 듯하다. 그만큼 건강이 안 좋은 분들에게 있어서

의약품 지출과 병원비와 같은 의료비는 '고정지출'일 가능성이 높다.


(나라에서 주는 연금과 같은 고정 수입 외에) 노동으로 인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노년기에 그러한 조제약으로 인한 고정지출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듯하다.


+. 여담이지만 어르신들은 동전까지 포함해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동전까지 들고 다닌다는 것은, 그 금액마저도 그들에게는 소중한 금액으로 작용한다는 게 아닐까.



건강관리를 잘하지 않은 채로 나이가 들면, 그만큼 의료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지금 내가 팔팔하다고 생각해도, 이 상태로 건강 관리 없이 나이가 들면 어찌 될까?

젊고 건강할 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관리를 확실히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폐 형을 통해 깨달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