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여행의 시작, 모두들 당분간 안녕!
역시 평범한 시작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 여권을 복사한답시고 학교 학생회관에서 복사기를 사용하고 복사본을 가지고 콧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게 웬걸, 여권을 복사기에 그대로 껴둔 채 복사본만 달랑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황급히 학교로 뛰어갔지만 학생회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니 식은땀이 났다.
'이대로 비행기를 놓치면 어떡하지?...'
경비실 할아버지께 울상으로 사정을 설명드리니 서둘러 열쇠를 찾아와 열어주셨고, 여우 곡절 끝에 다행히 여권을 찾아 공항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여우곡절 끝에 무사히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S7항공기에 탑승했다. 두세 시간 거리이지만 간단한 기내식을 준다는 말에 치킨 샌드위치를 골랐으나 역시 소문대로 신기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시간은 약 밤 10시,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시가지로 가야 했다. 혼자 택시를 타기보단 동행을 구하고자 했다. 빠른 걸음으로 공항 출구로 나가 주위를 살폈다. 마침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성분들이 지나고 있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그분들을 붙잡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로 가시죠?! 저랑 택시 타실래요?"
유쾌한 그녀들은 흔쾌히 승낙했고 함께 택시에 올랐다.
택시 아저씨는 살갑게 말을 거셨지만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였고 우린 대화 아닌 대화를 하며 텅텅 빈 도로 위를 빠른 속도로 달렸다. 택시 안은 러시아 가요가 흘러나왔고 백미러에 달린 권투장갑 모양 키링은 들뜬 내 마음 마냥 신나게 흔들렸다.
택시에서 내려 깜깜한 오르막 길을 지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기 전 보이는 이곳의 테라스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꼭 어느 밤에 이곳에 앉아 맥주를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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