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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영잉 Feb 26. 2024

프랑스 리옹, 그녀에게 맡깁니다

프랑스 리옹에 도착했다.

장장 11시간의 버스 이동 끝에 도착한 프랑스 리옹,

버스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고, 커튼을 걷어 유난히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리옹의 한낮 풍경을 내다봤다.

'드디어 왔다, 리옹!'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하지 않고 베네치아에서 바로 프랑스로 넘어온 이유, 그것은 단 하나, 양유림 때문이었다. 새로운 경험을 사랑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를 애정한들, 내 친구 유림이를 만나러 가는 길보다 더 설레는 일이 있을까. 유림이가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떠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양유림은 누구인가,

과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냐 물어오면 망설임 없이 양유림이라고 말한다. 'ㅅ' 성씨 중 맨 뒤, 'ㅇ' 성씨 중 맨 앞을 차지하고 있는 심 씨와 양 씨는 대학 내내 오래도 붙어살았다. 대학교 일 학년, 송도 기숙사에 살던 시절도 바로 옆옆 방에 배정되는가 하면, 신청하는 수업마다 늘 근처 자리에 배정되어(자율 좌석을 제외하고) 과제를 공유하며 학교 잔디에 앉아 밤을 지새우며 놀기 바빴던 우리였다.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다정하고, 속이 텅 빈말 따위는 할 줄도 모르는, 솔직하고 용감한 친구다.



다시 리옹,

리옹 버스 터미널에서 양유림이 있는 리옹 대학교까지는 트램을 타고 삼십 분을 더 가야 했다. 심카드도 없는 이 여행자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란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 힘차게 버스에서 내렸다. 갈길이 먼 나는 재빨리 버스 옆구리 트렁크에서 빨간 침낭이 달린 내 배낭을 찾아 힘차게 건져 올렸다.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턱, 얹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내 배낭을 낚아챘다.

깜짝 놀라 휙 뒤를 돌아보는 순간 생각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이게 바로 눈 뜨고 코 베인다는 프랑스인가!’



환영 인사,

양유림이었다. 몹시 놀라서 3초간 아무 말도 못 하고 양유림 특유의 태연한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 잘 찾아와 보라던 이 츤데레는, 버스가 조금 연착될 것 같다는 말만 남긴 채 와이파이와 함께 사라진 나를 마중 나온 것이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눈물 한 방울... 아니 일곱 방울 정도 흘린 것 같다..


“야! 너 뭐야! 왜 여기 있어!!!”

“뭘 왜야, 너 여기 내려선 트램 못 탈걸. 여기 되게 복잡해”

감동의 눈물을 조롱하는 양유림


그녀의 계획표,

양유림의 기숙사 방에 들어가니 색색의 색연필로 쓰인 계획표가 벽에 붙어있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 동안의 일정이 적힌 종이 한 장. 극세사 담요를 덮고 자는 것까지도 적어놓은 그녀의 계획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목요일>

도착! —> 목요저녁파티 with 유림이의 친구들 —> 취침

<금요일>

오전: 캠퍼스 투어

점심: 집밥

오후: Belleccur-Hotel de ville 돌아오는 길에 part-dieu에서 장보기

저녁: 집밥

<토요일>

오전: Croix-Rousses시장 구경

점심: 도시락 준비해서

오후: Parc de la tete d’Or로 피크닉 / Vreux Lyon구경

저녁: 외식!

밤: Fourvieve 야경

<일요일>

오전, 점심:교회

오후: confluence pemache에서 강 구경

저녁: 집밥

* 숙박: 유림침대 with 극세사 담요

유림이의 친구들과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대화를 하다가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참 오래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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