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온 소포가 그녀의 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해 주길 바라며.
우리는 슬로베니아, 베니스, 리옹, 파리를 지나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통화를 하곤 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 어떤 것을 먹었고 그것이 이 도시에서 몇 번째 손에 꼽히는지,
고향집에서 가족들과 먹은 와플은 전과 같은 맛이었는지, 예전만 못하는지, 동생이 어떤 말로 가족들을 기쁘게 했는지.
일상을 나누는 사이라는 건 참 귀하고 소중하다.
둘 사이에 그 어떤 지루함도 불편도 없어야 가능한 것일 테니까.
파리는 유독 전화 연결이 시원치 않았다.
휴대폰 화면 우측 상단의 와이파이 곡선은 늘 겹겹이 쌓여 있는데도 통화는 늘 버벅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활짝 웃은 채 멈추기도 했고 못난 오이처럼 길쭉하게 왜곡되어 멈추기도 했다.
데이터 연결이 미약할 때마다 울리는 뻐꾸기 울음소리.
한 번의 통화에 적어도 뻐꾸기 30마리는 지나간 듯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뻐꾸기 30마리쯤은 즐거운 통화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먼 유럽 땅에서 그녀의 생일을 챙겨 줄 방법을 생각하다가, 나의 마음과 파리의 작은 낭만을 담은 소포를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며칠 동안 파리 시내를 걸으며 상자에 담을 물건들을 하나씩 수집했다.
가볍고 부피가 작되, 그녀가 좋아할 것들로 구성된 꾸러미가 완성됐다.
선물 하나하나에 쪽지를 써 붙였다.
KUSMI TEA 쿠스미 티_홍차
요즘 밀크티의 매력에 푹 빠지신 윤화씨를 위한 잇-아이템! 사실 나령스 생일에 가장 고생하신 분 아니겠습니까? 얼그레이와 캐러멜, 그리고 바닐라 향이 가미된 붉은 열매의 향기로운 조합으로 윤화씨의 행복한 오후를 응원합니다. (1867년 쿠스미티의 역사가 시작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300년을 기념하는 티랍니다.)
KUSMI TEA 쿠스미 티_허브차
요즘 잠을 잘 못 자는 언니에게 딱 맞는 티를 골라보았어요. 이 티는 카페인이 없고요. 레몬과 허브향이 가득해 개운하면서도 진정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답니다. 자기 전 향기롭게 한 잔 꼴-깍… (안젤리나졸리가 즐겨 마신 티랍니다.)
록시땅 핸드크림
센스 넘치는 동생은 또 그냥 록시땅이 아니죠, 달콤한 향이 나는 로제 핸드크림으로 골라봤습니다! 습윤한 겨울나세요^~^
초코 과자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선물합니다. 맛있어 그냥 먹어..!
(그녀는 과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현우 오빠의 손그림 엽서
프라하에서 떠나는 날, 현우오빠가 직접 그린 엽서 몇 장을 건네주며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라고 힘주어 말했었다.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골라 소포 맨 위에 살포시 올려 보냈다.
파리에서 온 소포가 그녀의 하루를 조금 더 신나게 해 주길 바라며.
다행히 차이나타운이 가까운 곳이 숙소였기에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가는 날 아침, 한중 전문 소포 배달 업체에서 무사히 택배를 보낼 수 있었다. 가져간 선물 하나하나를 에어캡에 고이 감싸 박스에 넣으며 무사히 그녀에게 전달되길 기도했다.
(선물을 받아본 친구가 눈물을 10방울 쯤 흘렸다는 소문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서프라이즈 성공!)
https://maps.app.goo.gl/wv87Lg1EDpPzWbN49?g_st=com.google.maps.preview.copy
ADI EXPRESS 安达易国际物流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고, 꼬질꼬질한 대학 생활을 마냥 행복하게 해 줬던 내 영혼의 단짝이자 내 모든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대나무 숲 같은 내 친구. 모두가 그녀에게 등을 돌려도 나는 끝까지 네 편에 설 것이고, 그녀도 내게 그러하리라 믿게 되는 단단한 관계.
이젠 세월이 흘러, 각자의 사정과 상황으로 관계의 썰물 때를 보내고 있는 우리. 하지만 달과 태양의 인력으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듯, 이 또한 이상할 것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급하거나 서운하지 않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밀려들어오는 사랑으로 마주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