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안보, 그리고 여성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25주년 기념 향후 안건에 대한 생각
2000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의 채택은 이제 여성이 단순히 전쟁의 피해자가 아닌 평화와 안보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주체라는 공식적인 인정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전쟁과 평화의 양상은 크게 변했다. 우리가 마주하는 군사적 갈등은 더 이상 총과 칼만이 아닌 정보전, 사이버전, 그리고 기술전의 형태를 띠게 되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평화와 안보를 지켜낼 수 없다.
전쟁이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며 오히려 여성은 평화와 안보 증진에 더욱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전에 필수적인 감시용 드론이나 위성감시체계와 같이 방어 무기 체계의 개발 혹은 운용, 사이버전과 정보전 같은 현대전은 AI를 활용한다. 이는 더 이상 물리력이 필수가 아니며 동시에 여성을 해당 병과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을 뜻한다. 즉, 여성들은 이제 현대전의 주체로서 예방과 억제를 통한 평화와 안보 증진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로써 여성의 AI 역량 강화를 통해 평화와 안보에서 여성의 기여를 확대할 수 있다.
1. 롤모델 발굴과 인식전환
이전과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때로는 인식의 전환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다름이 아닌 누군가의 인생인 경우가 많다. AI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여성들이 활약한 선례를 널리 알림으로써 많은 여성, 특히 다음 세대의 여성들이 AI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리 퀴리가 몇 안 되는 유명한 여성 과학자로서 전 세계 여성들의 진로와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우리 역사 속에는 세계 여성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숨은 여성 위인들이 숨어 있다. 다만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에이다 러브레이스, 제트 엔진 개발에 기여한 버치 브로마이크, 그리고 인터넷의 초기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라다 나폴리 박사 등, 인류 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역사의 한 구석에 묻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여성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업적을 통해 현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어야 한다. 누군가의 걸음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다. 롤모델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2. 세계 여성 대상 AI 역량 강화 교육
세상은 넓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 그렇지만 모든 이들에게 그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기술 분야에서의 기회가 여전히 부족하다. AI는 앞으로의 평화와 안보 문제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여성의 안보, 평화 활동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서 배울 기회를 가져야 한다. 세계의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AI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야 한다. AI는 그 자체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교육은 프로그래밍 언어나 AI의 기본 원리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와 안보를 구축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데이터의 편향을 교정하고 AI 기술을 갈등 해결과 평화 구축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여성들은 AI라는 도구를 통해 진정한 평화와 안보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3. 여성 AI 기술인 네트워킹 커뮤니티 구축
사람은 혼자서 크지 못한다. 공동체 안에 속해 있을 때 비로소 상호작용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AI 분야에서도 여성들이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런 커뮤니티는 단순히 정보를 나누는 것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도전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AI 여성 기술인 네트워킹 커뮤니티는 단순한 온라인 모임으로 그치지 않아야 한다. 이 커뮤니티는 각국 여성들이 지역을 넘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 협업하고 프로젝트를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장이 되어야 한다. 정기적인 웨비나나 컨퍼런스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실제 AI를 활용한 평화 구축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런 커뮤니티가 구축되면 여성들은 혼자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함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는 다음 세대의 여성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는 여성의 평화와 안보에서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중요한 이정표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갈등의 양상이 변하면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식도 달라졌고 그 속에서 여성의 역할은 더 이상 제한될 수 없다. AI는 그 변화를 주도할 도구이며 우리는 이 기술을 통해 여성들이 평화와 안보의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롤모델 발굴을 통해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고 AI 역량 강화 교육으로 그들이 실질적인 기술을 습득하게 하며 네트워킹 커뮤니티를 통해 그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 한다면, 우리는 WPS 의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변했고 그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여성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