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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인 Aug 23. 2020

월경과 관련된
여름 음식에 대한 이야기

매달 피를 흘리며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8월의 편지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는 무얼 먹어야 할까.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오 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여름이 되면 땀을 식혀줄 수 있는 얼음을 동. 동. 띄운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생각난다. 수업을 하고 이동하면서 땀을 흠뻑 흘렸다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사삭 아사삭 소리가 나는 시원한 수박이 먹고 싶다. 또 밥을 짓고 곁들여 먹을 따뜻한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정성이 담긴 식사를 하기보다는 국수만 삶아 가볍게 양념을 해서 후루룩- 후루룩- 씹어 넘길 수 있는 간편하고 맛있는 비빔국수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커피, 수박, 참외, 복숭아, 비빔국수, 냉면, 콩국수 같은 시원한 음식들이 종종 생각난다. 이 음식들이 몸과 마음의 온도를 낮춰 우리들이 적절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처럼 몸 안에서의 온도도 적절하게 유지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오히려 몸의 온도를 낮춰 소화와 순환을 상대적으로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결과를 월경을 통해 고스란히 받곤 한다.


여름의 무더위가 막 시작되었을 때 내가 몸으로부터 받은 편지가 그랬다. 혈을 내보내기 위해 자궁에서 느껴지는 수축이 평소보다 심하게 느껴졌고, 위에서도 쓰린 느낌이 들어 죽이나 물을 마셔도 모두 게워내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올해 여름의 첫 월경의 시작을 꼼짝없이 침대 위에서만 보내야 했다. 이 이야기를 월경 관련 워크숍에서 사람들과 나누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M님이 이런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아까 영인님이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수박, 복숭아 같은 여름 제철 과일들은 몸을 차게 만들어요. 시원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에는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음식이나 차를 시원하게 해서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날 이후로 시원한 음식이 생각날 때면 자궁의 순환을 도울 수 있는 차에 시원한 얼음을 띄워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또,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대신에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을 택했다. 물론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필요하다 여겨질 때에는 시원한 음료로 몸과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의식적으로 매 순간 선택하려 노력하며 시간을 지나 보내고 나니 이번 월경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몸으로부터 훨씬 더 편안한 내용의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


"좋지 않다고? 그럼 그것에 대한 섭취를 완전히 끊자!" 보다는, 이 음식은 내 몸을 차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하고 그 이후에 내가 만드는 선택들을 살펴보는 행위로 연결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이 무더운 여름을 몸과 마음과 티격태격하며 지나 보내기보다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보듬으며 지나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우리들의 월경주기에 맞춰 한 달에 한 번 인스타그램 @0inthelove_와 브런치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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