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학교에 공부하러 올까? 밥 먹으러 올까?
밥 먹으러 온다.
시간이 나면 인터넷에서 급식 잘 나오는 학교를 검색한다.
공부 잘 가르치는 학교를 검색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검색창에서 "급식"을 치면 "급식 잘 나오는 학교"가 자동으로 완성되나
"공부"를 치면 "공부하기 싫을 때"가 자동으로 완성된다.
아이들은 공부하기 싫을 때 급식 잘 나오는 학교를 검색하나 보다.
이건 그냥 내 식판이다. 내 식판을 찍어 학교홈피에 올린다. 아이들에게 주는 것과는 다르다. 아이들은 제각각으로 먹는다. 요구사항도 천차만별이다. 포도를 국그릇에 넘치도록 받아가는 아이도 있고 갈비탕을 엄청 받아가는 아이도 있다. 타코야끼를 10개쯤 먹는 아이도 있다. 나물과 야채 코다리는 전반적으로 인기가 없다. 여튼 아이들의 요구를 최대한 맞춰준다. 대신 남기지 말라고 한다. 코로나가 끝난 후 뼛속까지 배달의 민족이 되어 돌아온 아이들에게 이거 하나만 교육하기도 벅차다.
급식을 적당량 받아 골고루 편식하지 않고 먹는건 포기했다.
그냥 최대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서 배식하고 대신 잔반을 남기지 않는 습관을 중점적으로 실천중이다.
타코야끼 - 조리사님이 직접 만든 특제소스가 너무 맛있음.
부드러운 순살이라 밧드에 옮겨담다 부서질까 이대로 배식
다시마 배추숙쌈
거의 매일 기본으로 나가는 모둠쌈
열무나물 - 이거 조금만 먹어줄래? 하면서 배식한다.
갈비탕 다진 양념, 배추김치, 알타리김치
블랙올림피아. 블랙사파이어, 가지포도... 아이들은 씨 없는 포도 종류를 무난하게 좋아한다. 씨 있는 포도와 씨 없는 포도중 어떤 포도가 더 좋을까? 당연히 씨 있는 포도가 건강에 더 좋다. 생각해보시라. 품종개량으로 씨을 억지로 없앤 이런 포도들이 아이들의 몸에 뭐가 좋을까? 어떻게든 성호르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텐데... 그러나 씨 없는 포도가 출시된 이후 아이들은 씨 있는 포도를 아예 먹지 않는다. "씨 있어요? 안 먹을래요!!" 이래서 식생활 교육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자율배식대
자율배식대에 반찬을 집어가는 아이들은 야채를 좋아한다기 보다 의무감에서 받는게 많다. 스티커를 붙이려면 후식 포함한 반찬을 4가지 이상 받아서 먹어야 스티커가 인정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도와 타코야끼 갈비탕 3가지만 받아서 깨끗하게 먹으면 스티커는 받을 수 없다. 스티커를 못 받으면 1주일에 한번씩 하는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쨰도 월화수목금 5일중에 3장의 스티커를 모아온다.
깨끗하게 먹고 양심스티커 붙이기
바닥에 흘린 포도 3알. 누구야?? 누가 이렇게 흘리고? 버리고? 그냥 갔어!!
아이들은 거의 모든 국을 좋아하지 않은데 갈비탕만큼은 엄청 좋아한다.
오늘 고기 듬뿍 줬는데 이렇게 클리어.
100인분 잔반
잘 먹었지만 이런 식단은 자주 제공할 수 없다.
갈비탕은 워낙 비싸 두서너 달 예산을 비축해야 한번 나갈 수 있는 메뉴다.
갈비탕 자주 달라고 적지 마세요.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제 마음도 아파요.
급식 잘 나오는 학교, 급식 맛있는 학교만 열심히 검색하지 말고, 우리 학교 급식실에 있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세요. 급식은 부메랑입니다. 급식이 좀 맛이 없어도 자꾸 맛있다 맛있다 하면 진짜 맛있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