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급식과 축구다.
학교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급식 먹고 축구하기 위해서다. 필자의 눈엔 그렇게 보인다^^.
본교는 아주 고급 인력이 있다. 바로 축구심판 자격을 가진 주무관님...
매일 점심시간이면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 아이들은 주무관님을 감독님이라 부르며 주무관님 덕에 제대로 된 축구를 즐긴다.
1부 점심시간... 비담임 교직원들이 점심을 먹는데 한 아이가 왔다.
아이 - 감독님 오늘 축구 안 해요?
감독님 - 오늘 몸이 좀 안 좋아... 너희들끼리 해
아이 - 그럼 교장샘하고 할래요 (감독님이 사정이 있으면 교장샘이 종종 역할을 대신해 주셨다)
감독님 - 교장 선생님도 오늘 출장 가셨어
아이 - 에이...
4교시 수업 시간인데 물 먹는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대표해 급식실에 온 것 같다. 그러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해 기분이 별로 안 좋다. 고개를 숙이고 급식실을 나가려다
행정실의 예쁜 선생님이 식사를 하시는 걸 발견하고 옆에 살포시 다가가더니 식사하는데 놀랄까 봐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며 작은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식사를 하던 예쁜 선생님이 빙그레 웃어준다. 축구 못 한다는 답변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선생님의 미소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가 급식실을 나가려다 나와 마주쳤다.
나는?
뭐요...?
나는?
꺄우뚱하며 뭐요...?
나는... 복 받으면 안 되니?
그제야 웃으며 "아 ~ 복 많이 받으세요"
식사를 마친 다른 선생님들이 나오면서 아이의 말을 들었다.
"뭐야? 지금 00 이가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다 했어?"
엎드려 절 받았어요. 행정실 예쁜 선생님한테 하길래...ㅎㅎ
나는 아이에게 아무런 잘 못을 한 게 없다.
과도한 교육 열정으로 세월 가며 미모가 남들보다 더 빠르게 손상된 게 죄일 뿐...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