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준비하던 중 아침부터 카톡이 바쁘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뭔가하고 들여다보니, 단톡방 멤버중 하나가 생일을 맞이한 것. 모든 멤버들의 생일때와 같이 자동완성의 기능을 탑재한것처럼 지금의 표정과는 무방한 #생일 #기쁨 #축하 의 키워드와 관련된 이모티콘 하나와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렇게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고 거울을 보며 마무리 화장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생일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축하한다는 아주 단순명료한 말이다. 왜 이 문장이 오늘 머리속에서 곱씹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무심코 뱉어내는 문장중에 하나인데 그 고마운 개념을 생각하지 않고 의례적으로 행해야하는 행사처럼, 그렇게 내뱉은게 미안해서일까, 민망해서일까.
누군가의 생일을 잊어버리지 않게 해주기 위한 각종 기능들이 널렸는데, 정작 중요한 이 진심에 대해서는 퇴색되어가는 느낌이랄까. 어렸을 적,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 친구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좋아할까부터 시작해서 선물을 싸는 포장지도 문방구에서 고민해가며 골랐던 기억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정성을 들인다는 행위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손가락 터치 몇번이면 다 구할 수 있는 선물을 단 몇 초만에 결제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끔은 그런 의문이 들때가 있다. 내가 아날로그의 감성을 겪은 세대라 그것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아날로그에 본능적으로 찾아가게 되는 욕망이라는 걸까.
세상에 의미없는 탄생은 없다고 믿는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즐겨야한다. 아침에 무심코 시작된 말 한마디의 소중함이 캄캄한 불빛이 감도는 저녁까지 나를 이끌었다. 말에도 온도가 있는 것 처럼, 당근마켓의 온도를 높이려고 하기보단 주변 사람들에게 향하는 나의 온도를 높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