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를 보며

대기업에 집도있고 차도있고 다있는데 가만보니 내가없네 골때리네

by 김두현

수겸아,

자기 자신을 찾는답시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뭐, 좋아 근데.

그런데 그러다가 돈에 쫒기고 시달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아니?

결국 너 자신을 잃어버리게 돼.

네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이 일을 왜했는지 모르게 된다고, 그게 돈보다 더 무서운거다?

어떻게 해서든지 남들 다 있는 울타리 안에 붙어있어야 돼

네가 보기에는 그게 좀 멋없어 보여도 하나도 안 위대해도

결국 너를 지켜주는 건 그 울타리 하나야.


- 극중 김낙수말 -



김부장 이야기를 보면서.

혼란은 가중화 되었다.


김부장은 사실 이 세상이 말하는 굉장히 성공한 인생이다.

분명 억대 연봉자일 것이고, 그 나이에 은퇴를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가 다소 괴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아니였다.


나는 이미 졸업과 동시에 그렇게도 나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찾고 싶었고,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더 방황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방황은 오래갈 수가 없었다.

그 모든 이유에는 "돈"이 있었다.

내 스스로 떳떳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급여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기알바만 하더라도 그 남은 시간을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매우 큰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걸 full-time으로 하면서,

동시에 내가 원하는 삶을 동시에 만드는 것은 일반인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돈으로 산다의 반대를 내가 실천했던 것 같다.

시간으로 돈을 사보려고 했던 것 같다. 넘기 어려운 산이였다.

그 시간을 나에게 투자해서 그 시간만큼의 돈을 버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였다.


"돈"


기안84도 자기는 돈이 좋다고 했다.

그 이유가 나에게는 매우 일치감이 느겼졌다.


" 금전이 있어야지 이제 뭐 쫒기지 않고 할 수 있으니까, 남한테 아쉬운 소리도 안할 수 있으니까.

근데 열심히 안하면 아애 안되요, 열심히 안하면? "

- 기안 84 모교 강연 -


이 이야기를 모교에서 예대 친구들에게 해주는 게 인상적이였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적은 TO를 가진 곳에서도 냉철하게 조언해 주었다.


돌아와서 결국 김낙수는 김부장으로의 자존감을 내려놓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찾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여전히 나에게 혼란을 준다.

드라마에서 말하는 자존심이 명세빈이 그렇게 경멸적으로 말할 정도로 나쁜 것이었을까?

그들도 결국은 그 자존심의 희생 아래에서 그 정도의 안정감을 가지면서 살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다만, 김부장에게는 그정도의 충격요법이 필요해보이긴 했다.


그럼에도 김낙수가 결국 행복해졌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게 행복이다.

아등바등 자기를 갉아가면서 맞춰서 처절하게 돈을 버는 그 본인과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들도 무조건적으로 돈으로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필요한 곳에서 나로써 일하는 곳에서 나오는 작은 행복이 결국 주위에 영향을 미쳐서

거대한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결국 글 최상단 조언은 유효하다.


내가 백수로 지내면서 진짜로 내가 원하는 바를 찾고 싶었지만,

의지가 부족했던건지, 미성숙했던 건지 방황으로 끝맺음이 되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울타리(기업)을 일단 들어가고야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거대한 불안 속에서 사실 나를 찾을 수 없었고, 맑은 시야로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명확하지 않는 꿈을 쫒으려면 최소한 김부장이 말하는 울타리는 있어야 된다고 느꼈다.


아직 나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구체화하는 중이다.

다만, 한가지 명확한 점은 나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점이다.

그 공간에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감을 느꼈던 그 가치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

아직 멀었네요.

젊은 나이에 자신이 추구할 길을 명확하게 잡고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분들 부럽고 존경합니다.


그래도 누구보다 튼튼한 울타리를 얻은 것 같아서 그 점에 감사하면서.

그 울타리 속에서 적당히 맞춰가면,

제 길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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