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혼자의 시대(김수영)을 읽고

기깔라게 한강뷰에서 우울해보고 싶다로 대표되는 사회에서

by 김두현

나는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이다.

그런데 교보문고는 좋아한다.


교보문고를 그냥 돌아다니던 중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집어 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런데 또 결국 나의 미래일 것 같은 이 제목은 과연 나에게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간단하게 서서 읽어보았다.


구체적인 사례들과 교수님이 그 사례들을 해석해 주는 방식은 1시간을 훌쩍 지나게 만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했는데, 26년 1월 22일에 나온 책이 26년 1월 26일에 공공도서관에 있을 리가 없었다.

사고 안 읽은 책이 대다수지만,

이번엔 확실히 읽을 것 같아서 구매를 했다.


책을 통해 많은 감정을 느꼈지만, 글로 모든 거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그간 내가 나한테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너는 왜 그렇게 최고나 유일함에 혈안이 되어 있니? 였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나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였기에 그러한 나의 특성은 결국 항상 한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지 2016년부터 약 10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결국 20대 후반으로 가면서,

결국 나도 시간이 많이 흘렀을 때의 나를 생각하곤 했다.

계약학과로 진학하면서 근 6년의 연구하는 미래가 결정되어 있음에도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 큰 세계, 더 높은 실력, 더 유일함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나는 나의 세계에 갇히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건 현대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그 방향을 바라보는 과점을 바꿔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바로바로 기록하기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를 접어 놓곤 한다.


p.138

이 책의 본진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가지는 경제적 자본,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에 대한 표가 정리되어 있다.

나라는 사람은 상상상으로 분류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지만,

결코 확신할 수 없기에 그 표에 나열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조금이나마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다.

결국 경제적 자본이 사회적 자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 자본에 몰입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가진 돈으로 시간을 사서 다시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많이 목격된다고 했다. (나의 미랜가?)

그렇다고 "기깔라게 한강뷰에서 우울해보고 싶다."로 대표되는 경제적 자본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p.179

제3의 장소를 소개한다.

집도 아니고 직장도 아니 '제3의 장소'다.

역할과 위계에서 벗어나 '그저 나'로 있을 수 있는 곳.

내가 그렇게 목놓아 말하던 "나만의 취향이 가득 찬 공간에 관심사를 나누는 곳을 운영하고 싶다"라는

가장 원대한 꿈이 '제3의 장소'로 불려지는 공간이다.

나는 어쩌면 본질을 알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쟁사회에서 생존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게 김수영 작가님이 말하는 거대한 판의 이동이다.

그럼에도 138페이지의 표에는 경제, 사회, 문화 자본을 모두 갖추신 분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연결성"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1인 가구로 갈 수 있는 삶을 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잊으면 안 되겠다.


p.253

저속노화의 깃발을 달고 편의점에서 출시됐던 건강 도시락 시리즈가 얼마 못 가 시들해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편의점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시간이나 비용, 혹은 둘 다 부족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은 대개 높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높을 때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 저속노화가 표방하는 건강한 음식을 천천히 씹는 여유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자주 때워야 하는 삶과 애초에 양립하기 어렵다.

편의점을 애용하는 삶은 이미 저속이 아니라 가속의 삶이다.

너무 명확했다.

결국 TV에 미운 우리 새끼, 전지적 참견시점, 나 혼자 산다, 나는 솔로, 솔로지옥이 판을 치고,

무한도전, 런닝맨, 1박 2일이 시들어가는 이유도 명확한 것 같다.

더 이상 핵가족 단위보다 1인 가구의 TV 영향력이 지대해진 것이다.

어느샌가 우리 경제는 혼자 사는 사람이 다수라는 점을 적극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던 연결성을 우리는 SNS, 유튜브와 같은 불특정 다수에 인정받으려는 지금의 현상은

나는 모르겠다.

나는 이러한 브런치를 쓰더라도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보여야지? 이런 생각으로 쓰지 않는다.

그런 시야 한 스푼이 결국 인생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SNS로 표상되는 사회를 지켜보며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p.335

사회학자 벡과 벡-게른스하임은 이렇게 말한다. 가족과 공동체와의 상호의존적 관계는 "개인의 삶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닻"이라고, 그런데 1인가구에게는 땅에 삶을 붙박아줄 관계의 닻이 부실하다. 그래서 결국 "죽음도 가볍게 여기기 쉽다"는 것이 민석 씨의 설명이다.

8장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죽음 맞이하고,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부패, 냄새, 유물 등등)에 대해서 나이가 들 수록 혼자 사는 사람이 죽음과정 중 두렵게 생각하는 요소인 것 같다.

죽음 후 내가 경험하고 느끼지 않는 세상도 결국 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은 이렇게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관점이었다.


p.357

이찬혁의 장래희망 노래 가사를 인용하면서,

이찬혁이 바래는 죽음의 풍경은 혼자사람 그리고 지금 사회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면서,

절망적인 죽음이 만연한 사회에서 희망적인 삶을 꿈기기는 어렵다고 한다.

내가 아직 현실적으로 죽음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라서 마냥 두렵지 많은 않지만,

이찬혁이 결국 말하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는 삶은 좋은 삶의 방향성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떤 이유이 든 간에 가족의 존재는 정말 고마운 존재라는 점을 책 내내 느꼈다.


한 인간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 혈연으로 이루어지고 같이 살아온 가족이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연결감은

결코 그 어떤 것들로도 채울 수 없음을

경제적인 목표만을 향해, 개인적인 목표에 혈안 되어 있는 현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럼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돈이 없이 행복한 것보다, 돈이 있는 불행"을 택하는 현재 사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강력하게 느꼈다.


인터뷰어와 다양한 인용구를 통해 진짜 현재 사회의 가장 큰 방향성인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나와 같은 '사이의 시간'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정말 감사한 책이다.

비록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점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우면서도,

작가님(교수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내용은 결코 비교를 통하지 않더라도 인지되어야 하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몰입했던 삶에서 한 발짝 물러설 수 있는 시간이었다.


6년의 연구 생활은 필연적으로 '고립'과 '성과'를 강요받는 환경에서 어떻게 '작은 닻'을 내릴지 그 고민의 시발점이 되어준 고마운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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