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경력 1553일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이한이에게.
엄마 뱃속에 기쁨으로 와준 이한아, 2년을 꽉 채워 건강히 자란 것을 축하한다. 이한이를 낳았을 때 누나가 딱 지금 이한이만 했어. 그래서 엄마는 이한이를 온종일 들여다보지 못하고, 누나와 놀아주고 밥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며 곁눈질로 너를 돌아볼 때가 많았다. 그래도 엄마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씩씩하게 먹고 자고 놀며 자라고 조용히 다정하게 엄마를 따라오던 눈빛을 기억해. 온종일 바쁘게 지내다가 혹여 누나가 먼저 잠드는 밤에는 이한이를 거실에 데리고 내려와 네가 노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뒤집고 되짚고 기고 서고 걸으며 새부리처럼 작은 입을 살짝 벌리고 쌕쌕 숨을 쉬고, 움직일 때마다 통통한 볼이 흔들리면 귀여워서 혼자 깔깔 웃었다. 등 돌리고 혼자 앉아 책을 보면 방해가 될까 바라보기만 했는데 동그란 등도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마음을 쏟아보려 해도 생활에 지쳐 이한이를 최선으로 예뻐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간다 해도 더 무언가를 할 수도 없을 그 시간도 독립심이 강하고 한 가지를 오랫동안 집중해 잘하는 너의 성정에 맞는 일이었기를 바랄 뿐이야. 무엇보다 여러 변화와 굴곡을 지나 지금 이렇게 엄마를 사랑해 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말로 표현해 줘서 너무나 행복하다. 네가 갑자기 달려와 뒤에서 엄마 다리를 꼭 껴안을 때 엄마가 느끼는 충만함이 있어. 모든 말을 배워보려 따라 하고 눈을 빛내며 아는 것들의 이름을 부르고 엄마와 아빠와 누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지금 이한이의 이때가 참 예쁘고 아쉽다.
이한이가 오늘 아침에는 엄마한테 안기며 '토끼야. 엄마 토끼야.'라고 웃으며 말했어. 누나를 엄마 토끼라고 부르면 누나가 엄마에게 안기며 '이서는 엄마 토끼야'라고 하는 걸 따라한 거지. 엄마는 이한이를 우리 곰돌이, 우리 만두라고 부르는데 동그랗고 말랑한 이한이가 너무 귀엽거든. 웃으면 웃어서 귀엽고 삐쳤다고 짧은 팔을 두르고 흥 하고 고개를 세게 돌리는 것도 귀엽고 신난다고 소리 지르는 것도, 엄마 품에 고개를 푹 파묻고 온몸을 붙여 안기는 것도, 안긴 채로 고개를 들어 엄마를 한참 바라보는 눈도, 고개를 들 때면 보이는 통통하고 동그란 턱도, 누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발소리도, 열심히 음을 맞춰 노래를 따라 하는 것도, 맛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온몸을 흔들며 밥을 먹는 것도, 이한이 너의 모든 모습이 참 귀해서 지나갈까 아쉽다. 지금 이한이는 킥보드 타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속도가 붙으면 한쪽 다리를 들고 에지를 살릴 줄 안다. 귀는 아무리 긁어줘도 계속 파달라고 엄마 무릎 베고 누워서 이쪽 귀, 이쪽 귀를 반복해 말해. 종일 말하는 누나 뒤를 따라다니며 메아리처럼 말을 따라 해. 오늘은 이야기를 듣다가 '숲 속'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숲 속이 뭐야?"라고 어휘를 묻기도 했다. 그 뜻은 누나가 알려줬어. 엄청 높고 나무가 많은 거래. 어제 낮에는 이한이가 너무 조용하기에 혹시 사고 치나 싶어 찾아보니 안방 침대에 혼자 누워 놀고 있었다. 엄마를 발견하고는 옆을 팡팡 치며 "엄마 누워. 자자."라고 했어. 둘이 나란히 누워 자는 척하는데 너는 자꾸 눈을 떴지. 눈을 감아야 한다고 말하니 얼른 질끈 감았다. 어떤 움직임도 다 말랑하고 부드러워서 너무 귀엽다. 이대로 가만히 안고 말랑한 볼이랑 팔을 매일 만지고 싶다. 안 자랐으면 좋겠는데 매일 얼굴도 몸도 달라지고 무엇보다 이한이의 말과 애정 표현이 날로 풍성해진다. 사랑스러운 시기가 가는 게 아쉬우면서 매일 더 누려보려고 자꾸만 들여다본다.
이한이가 앞으로 심지는 곧고 가지는 유연한 나무처럼 자라길 기도한다. 아빠를 보며 정직하고 성실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다정하고 무엇보다 하나님을 마음 깊이 사랑하며 약자의 편에 설 줄 아는 남자로 자라길 바라. 그리고 엄마와 누나를 보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고 표현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받는 사랑이 사랑인 줄 알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지혜가 있길 기도한다. 자기 삶을 잘 꾸려가고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많이 만나길 기도해. 다른 무엇보다 두 살이 된 올 한 해 이한이가 지금까지처럼 건강하고 활짝 웃으며 잘 자라길 바란다. 앞으로 배울 것도 해내야 할 것도 많지만 속도와 때에 맞게 잘해보자. 엄마와 아빠와 누나가 함께 할게. 사랑하는 이한이 우리 가족에게 와 줘서 고맙다. 사랑해.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