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시작

by 김영지



나는 자주 어떠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부러워한다. 이미 유명해져 그의 작은 도전에도 많은 이들이 호응해주는 그런 사람, 자신을 지켜봐 주는 다수의 이들이 있어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사람, 그가 만들어 보여주는 것들이 아름다워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사람, 그리고 나도 그러한 것들을 만들고픈 마음을 먹게 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나는 수없이 많은 이들을 흠모하며 살아왔는데, 조앤 롤링, 김연아 선수, 김이나 작사가, '어라운드 매거진'의 김이경 편집장과 모델 장윤주였다. 어떤 배경이 있기보다는 자신의 일을 꾸준히 잘 해내는 여자들이었다. 지금 나에게 그런 사람은 곽명주 일러스트레이터와 이슬아 작가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생기면 흠모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그들의 '처음'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어떻게 지금의 일을 시작했을까? 어디에서 누가 그를 알아보고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지금이 되었을까? 책을 펼치면 언제나 날개의 작가 소개를 먼저 살핀다. 그들의 인터뷰를 찾아 열심히 읽고 영상이 있다면 목소리와 말투를 들어본다. 그렇게 들여다보면 그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태도로 자신의 일을 지속하고 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한 때 내가 그렇게 흠모하며 찾아보던 사람 중 한 명은 김이나 작사가였다. 그는 자신의 일이 '예술'이라기보다는 '노동'에 가깝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쓰는 가사에 스스로의 예술혼이나 생각을 넣기보다는 철저히 그 곡의 분위기와 작곡가의 의견에 맞춰 알맞은 가사를 쓰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의 말들을 쫓다가 한 번은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을 봤다. '기회는 결과론적인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수없이 많은 대화를 하며 살아가는데 그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기회들이 생겨나고 떠나간다. 물론 그 당시에 그것이 큰 기회라는 걸 알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기회'라는 건 잡은 그 순간에 기회라고 부르기보다는 시간이 흘러 돌아봤을 때 그 사건을 기점으로 전과 후가 달라졌다면 그 기점을 '기회'라고 부르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볼 때 '아, 저 사람에게는 저런 천운이 있었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가 그 기회 이전에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리고 그 기회 이후에 또 어떤 노력을 해서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강연을 보며 나를 지나친 수많은 기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또 내가 잡은 기회를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 또래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아니, 각자가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때 동시에 찾아온 두 기회 중에서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잡았다면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었겠지.


내가 지금까지 흠모해왔던 모든 이들의 처음을 찾아가며 알게 된 것은 그들은 그것이 작든 크든, 알아주는 이가 많든 적든 꾸준히 그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거워했다. 번뜩이는 재주는 드물게 일어나고, 보편적으로 주어진 재능이란 '꾸준히 하는 것'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이룬 사람의 아무것도 아닌 것에는 열광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무언가는 알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라서 내가 블로그에 쓴 글이 전문 작가가 아닌, 어떤 트렌디한 사람의 책에 단어만 바꿔 실린 것을 보고도, 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않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걸 알고 가만히 있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멀리 돌아가도 나는 글을 쓰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 멈출 수 없다. 그러니 나도 나의 시작이 언제일지 고민하지 않고 그저 써야지. 묵묵히 갈고닦아 빛을 보던 아빠처럼 나는 계속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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